29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
김 작가는 그동안 전통적인 한국화의 범주 내에서 다양한 실험적 변혁과 자기정진을 거듭해왔다. 수묵과 채색 등 한국화의 전통적 관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김 작가의 작품은 재료와 새로운 기법에 대한 다양한 실험적 모색을 통해 현대 한국화의 방향성을 찾고자 하고 있다. 무조건적인 전통의 현대화가 아니라 전통적인 동양의 매재를 사용하면서도 현대적인 미감과 감각으로 새로운 차원의 작품으로 새롭게 해석해보여 다양하고 개성적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작품들은 `고요함과 움직임(정-동)`, `숨음과 드러남(은-현)`을 주제로 두꺼운 하드보드지의 물성을 이용해 두께에 따라 물감과 종이의 분리에 따른 질감의 상호작용에 의해 이차적으로 표현되며 인물 연작은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이 종이를 칼로 파고 손으로 찢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표출된다.
작품 속에 나타나는 발과 창호지, 창문, 물결은 모두 표현 대상을 `숨김`속에서 `드러남`으로 존재하게 하는 장치들이다. 숨김 속에서 드러나게 된 대상은 그 즉물성이 제거되어 베일이 드리워진 미인이나, 안개가 자욱한 풍경과도 같다 할 수 있다. 미인이나 풍경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베일과 안개로 인해 일상성이 소거됨으로서 대상은 더욱 미적으로 수용 될 수 있는 것이다.
작품속의 물결의 높낮이에 따른 일렁거림이나 발의 틈새로 비춰지는 대상의 이미지, 창틀의 격자로 나누어지는 대상의 이미지, 창호지에 어리는 영상들이 나타내는 회화의 미적 아이덴티티는 `운(韻)`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문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40여점과 인물연작 등 100여점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