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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는 본래 제 멋대로 한다

등록일 2013-09-24 02:01 게재일 2013-09-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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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살 날이 얼마 남지않은, 80세 안팎 노령 이산가족의 간절한 염원을 그렇게 무참하고 잔인하게 짓밟은 인간들은 과연`인간`인가. 이토록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극악무도한 집단일 줄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3년 전 이산가족 상봉을 파기한 것도 북의 일방적 만행이었고 올해만 해도 두 번째다. 개성공단을 자기들 멋대로 잠정중단시키더니, 이번에 또 고령자 상봉을 멋대로 연기시켜버렸다. 말이 연기지 금강산 관광과 연계시키지 않으면 파기시키겠다는 뜻이 아닌가.

사실 이산가족 상봉은 북으로서는 매우 구차스럽다. 그동안 북한은 북의 이산가족들을 박대해왔다. 남한에 가족을 둔`월남자가 있는 집`이라 해서`최하급 국민`취급을 했다. 그러니 먹는 것도 부실하고 입는 것도 남루했다. 이런 사람들을 데려다가 남측의`잘 먹고 잘 입은`가족들과 상봉을 시키자니 북으로서는 심히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니`통행료`를 한 봇따리 받거나, 금강산 관광 같은`돈 되는 일`과 연계시키지 않으면 합의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북한이 상봉 예정일 4일을 앞두고 돌연`연기`한 것은 금강산관광을 한국이 후순위에 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머리속에는 돈만 있지 인륜같은 것은 없다.

남측 이산가족들의 울분은 저주에 가깝다.“북한은 전쟁도 일방적으로 일으키고 뭐든지 했다 하면 일방적이다”, “북한은 우리나라가 햇볕정책을 하던 시절부터 하도 말을 뒤집어 어떤 말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이산가족들의 말이다.

이달 말에 예정된 개성공단 국제화를 위한 남북 공동 투자설명회도 예정대로 진행될지 불투명하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번 일로 인해 북한은 어떤 합의라도 언제든 일방적으로 깰 수 있다는 과거의 패턴을 되풀이하면서 기본적 신뢰를 상실했다”고 했다. 우리 정부와 전문가들도“북한과의`보장 없는 대화`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다시 한 번 확인시킨 일”이라 한다.

멋대로 행동하고 마음대로 말하는 북한이 이번에 큰 실수를 했다.`이석기 내란 음모 사건`에 대해 북한은 끝까지 입을 다물었어야 했다. 연계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도 끝끝내 침묵했어야 했는데 그만 멋대로 말하다가 그것을 실토해버렸다. 이석기를 `통일애국인사`라 지칭한 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통일애국인사라면 우리의 입장에서는 `국가 반란 역적`이 되는 것이다. 북한이 말하는 `통일`은 적화통일인데 그 적화통일인사를 애국자라 했다면 그 말은 바로`북한과 밀접하게 연결된 사람`이란 실토다. “통일 애국 인사들에 대한 온갖 탄압 소동을 절대로 좌시하지 않겠다”고 협박까지 했다. 말이 많으면 실언을 하기 마련인데 이번 실언은 치명적인`증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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