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행동을 관찰한 데즈먼드 모리스의 말을 빌리면 `쓸데없는 동작을 전혀 하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한 자세로 본래적 의지대로만 하는 사람은 지배적인 사람이거나 갈등을 초월하거나 소외된 사람`이라고 보았다. 일반인의 전형에서 벗어난 이런 사람들은 예외로 치고 대부분은 저런 상황이 되면 침착성을 잃고 안절부절못하게 된다. 이처럼 내면의 정서적 혼란을 숨기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어떤 동작을 골라서 행하는 것을 `대체 행동`이라고 한다.
사람이 모이는 곳 어디에나 대체 행동이 있다. 추석도 그 좋은 예이다. 친척들이 몰려온다. 우선 손님을 맞는 맏며느리, 긴장과 불안의 징후인 대체 행동이 빠질 리 없다. 더 이상 치울 것 없이 정돈된 주방 앞에서 접시를 놓았다 들었다하고, 뜸 잘 든 밥솥 앞에 괜히 코를 들이밀며 밥 익는 냄새를 체크한다. 동서들 역시 푸짐한 음식 앞에서 형님에 대한 최대한의 공치사로, 돕지 못한 제 마음의 불안을 떨쳐내려 한다. 청년층은 오지랖 넓은 어른의 취업 걱정, 연애사 훈수가 자신을 향할까봐 아예 스마트폰에 눈길을 고정시킨다. 할머니는 빳빳한 새 돈이 든 지갑을 부여안고 각방에 흩어진 손주들을 순례하며 당신 건재를 증명한다. 이 모든 게 대체 행동이다.
대체 행동이야말로 인간적이다. 자질구레하고 쓸데없는 이런 행위야말로 인간 이해의 필수 영역이다. 불안한 심리의 도피처인 그것이 있기에 우리는 궁지에 몰리지 않고, 자기모순에 빠지지 않는다. 지금 누군가 자신의 손바닥을 자꾸 부비거나, 머리칼을 자주 쓸어 넘긴다면 그 사람도 나만큼의 삶의 무게를 지고 있다는 뜻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대체 행동으로 제 불안을 해소하는 중이니 가만 연민할 일이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