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병모 작가의 장편 `파과`를 읽은 소감이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작품인데 개인적으로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너무 고역이었다. 작가의 부주의한 문장 때문이었다. 달디 단 포도 한 알을 급하게 삼키려다가 목구멍에 쏙 들어갈 경우 우리는 캑, 하고 뱉어낸다. 순간적 낭패감과 찜찜한 다행스러움이 목구멍과 입안에서 오래 맴도는 기분이랄까. 내용을 떠나 문장에서 그런 느낌을 받으니 쉽게 몰입이 되지 않는다.
뜬 달을 중요시 여기지만 가리키는 손끝도 무시하지 않는 나쁜(?) 책 읽기 습관을 가진 나 같은 독자는 작가가 구사하는 문법이 당혹스럽기만 했다. 만연체를 구사해서도 호흡이 가빠져서도 아니었다. 너무 잦은 작가 특유의 비문의 진격 앞에서 인내심을 시험당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단정한 문법이, 깔끔한 문장이 전부라고 얘기할 마음은 전혀 없다. 만연체를 구사하든 단문을 엮어가든 그건 작가의 자유다. 한데 너무 독자를 의식하지 않거나 배려하지 않는 작가만의 웅얼거리기 식 문법에 당황스럽기만 하다. 생각 외로 독자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소설이란 무엇인가? 예술인가 아니면 단순한 구어체 발성법에 지나지 않는가? 책을 읽는 내내 이런 착잡하고도 기본적인 질문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깊고 서늘한 우물 같은 통찰이 있고, 숨긴 칼날 같은 눈썰미가 있고, 냉장고 속 파과 같은 연민이 흐르면 그건 소설로서 충분한 것일까?
모든 문학적 소설이 예술성까지 담보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메시지와 주제가 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소설이 되는 것도 아니다. 총체적 항목에서 어느 정도는 독자를 만족시켜야 안심하고 읽어 내려가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소설은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