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보조금이 함부로 써여지는 현상은 국회에서도 보여진다. 국회는 항상 “정책정당이 되라” “선거때 이전투구하지 말고 정책대결을 하라”란 충고를 듣는다. 충고를 해도 효과가 없자 정부는 보조금까지 주어서 유도했다. 그런데 그 보조금을 정책 개발 보다 선거운동에 사용해왔다. 선거운동 자금으로 써라고 준 나랏돈이 아닌데도 국회는 태연히 부당하게 사용했다. 형식상으로는 `정책연구소`란 것을 설립해서 정책을 연구하는 척하지만 사실은 `선거운동 연구소`로 운영해온 것이다.
지난해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는 86억원, 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은 54억원을 중앙선관위로부터 지원받았다. 그러나 민주당은 36건의 실적 중 11건을 TV토론 준비에 사용했다. 새누리당도 정책 개발보다 선거용 데이터 구축에 더 많은 돈을 썼다. 중앙선관위에 보고한 실적표에 그렇게 나타난 것이다. 정책연구소가 본분을 잊고 중앙당의 사무처를 지원하거나 선거도구로 전락한 것이다. 이것이 잘못된 일이란 것을 알기는 했던지 `반성하고 새 길을 찾는 토론회`를 최근 개최했다. “정책연구소는 분야 별 정책전문가 집단을 양성하는 독립적인 배양지로 바꿔야 한다”란 결론이 났는데, 얼마나 바꿔질지는 아직 의문이다.
윗물이 흐려지니 지방에서도 국고보조금이 잘못 사용되는 사례가 많이 보인다. 대구지방경찰청 지능 1팀은 최근 대구 서구청이 주관하는 `섬유관광` 산업에 지원되는 국고보조금의 지출 서류를 허위로 만들어 2천여만원 상당의 보조금을 빼돌린 혐의로 관계자들을 불구속 입건했다. 대구성서경찰서는 보육교사의 월급과 식자재 단가 등을 속여 국고보조금 3천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한 어린이집 원장을 불구속 입건했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통학차량 운전기사를 보육교사로 허위등록해 900만원의 국고보조금을 타낸 혐의로 전직 어린이집 원장을 불구속 입건했다. 대구 남부경찰서는 주유소와 짜고 화물차 유가보조금을 빼돌린 모 골재업체 대표를 사법처리했다. 포항 남부경찰서는 국고보조금을 개인용도로 사용한 어린이집 원장 4명과 장애인시설 대표를 사법처리했다.
국고보조금이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면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국가가 비리의 원인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 나라살림이 각박한 지금 헛돈 쓸 여지가 어디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