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우리나라가 유지하고 추진해왔던 성장시대의 도시정책은 이제 마감할 때가 되었다.
도시가 태어나서 성장하게 되면서 종국에는 외연적 팽창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도심 공동화 현상이 생기게 되고 그 원인으로 도심 지가가 하락하게 된다. 이 시점이 되면 후기산업사회에 접어들어 도심에 정보화 산업, 지식산업, 문화산업 등 4차, 5차 산업의 수요가 생기는데 시장 속에는 특히 지방 도시에서는 이러한 새로운 산업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동력을 갖지 못한다. 그래서 이 시점에서 국가 차원의 도시정책이 필요하게 되고 국가정책이 효과적으로 살아날 때 비로소 도심은 살아나게 된다.
국가 통계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이미 1997년부터 인구 저성장시대로 접어들었다. 따라서 인구유입을 중심으로 한 도시화 전략은 마무리됐다고 보아야 한다. 수도권(서울·인천·경기)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다른 도시들은 인구가 정체돼 있다. 노령화 현상은 일어났고 전국 주택 보급률은 100%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와 같이 대단위 신개발을 하지 않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개발을 하는데 대한 사회적 부담이 계속해 커지고 있다. 환경훼손에 따른 부담이 커져가고 지가는 높아지고 토지수용에 따른 어려움도 높아져 신개발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 시가지를 보면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서 지가가 교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하락하면서 기존 시가지를 정비할 수 있는 새로운 요건이 열리기도 한다.
과거에는 당연히 도시 중심부에 있어야 할 기능들 특히 판매시설은 사람이 많이 다니는 도심의 도로 옆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가까운 교외에 큰 창고를 지어놓고 전 도시 상대로 물건을 파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교통과 정보통신의 발달로 기존 도심에 있어야 할 시설들이 교외 지역으로 나가고 있다. 고령화 사회가 됨으로써 고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수요들이 도심 중심부에 많이 들어서고 있다. 선진국은 고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주택수요가 도심에 요구된 지 오래다.
이러한 이유를 볼 때 신개발의 사회적 시각은 줄어들고 기존 시가지를 정비해야 할 필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신개발 중심의 도시정책에 기존 도심의 정비정책으로 큰 흐름으로 변해가고 있다. 많은 학자가 주장했고 이미 국토교통부에서 시작하고 있다. 국가 정책을 신개발에서 재생 쪽으로 큰 방향을 바꿔 놓은 상태에 와 있다.
이러한 큰 흐름 속에서 나타난 재개발 재건축은 한때 전국적으로 들불처럼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다. 그것이 답보상태에 들어갔다. 최근 통계를 보면 도시 및 거주 환경 정비법에 따라서 시행되고 있는 재건축 재개발 중에 착공에 들어간 곳이 20%가 채안 되고 뉴타운 사업은 착공이 들어간 곳이 3%가 안 된다고 한다. 아직 시행되지 않는 사업들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인다. 이미 지정된 정비구역도 취소하는 지역이 늘어나 정비지구 자체가 감소 추세 돌아섰다고 보아도 된다.
그러면 누가 이 정비사업을 주도해야 하는가이다. 1차적으로 행정의 주체가 할 수 있겠느냐인데 좀 어려운 문제이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 사회가 되면서 주민의 각자가 정치력 영향력이 있게 되고 조직화 되고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서 주민의 욕구가 다양해 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행정이 정비사업을 주도 하겠다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사회가 되어 버렸다. 이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먼저 선진화되었던 사회들이 경험하고 있는 부분이다. 공공주도의 도시 정비사업은 어려운 사회가 되었다. 그래서 나타난 것이 거버넌스(governance) 즉 협치시대가 도래된 것이다. 포항 도시재생위원회도 바로 이러한 큰 흐름 속에서 협치 기구로 불려도 마땅하다고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