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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업자득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3-08-30 05:40 게재일 2013-08-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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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문예 활동 시간에 `내 방`이란 소재로 열 줄 글쓰기를 했다. 제한된 시공간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글쓰기 지도 방법 중의 하나가 `열 줄 쓰기`이다. 한 학생의 글에서 눈에 불이 번쩍 드는 느낌을 받았다. 엄마에 대한 전적인 애정과 신뢰가 묻어나왔는데, 처음엔 부러움이 일다가 나중엔 부끄러움이 퍼지게 하는 그런 글이었다.

`내 방은 여관이다`로 시작하는 첫 문장에 벌써 긴장했다. 아침 일찍 나갔다가 저녁 늦게 들어오는 학생 생활이다 보니 `내 방`이란 현실은 잠만 자게 되는 공간이다.

그런 방도 밤새껏 어지럽혀 놓고 나오기 일쑤인데 저녁에 집에 들어가 보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단다. 마치 여행할 때 섬세한 곳까지 신경 쓴, 깨끗한 잠자리를 만난 것처럼 잘 치워져 있단다. 좀 더 쾌적한 밤을 보내라고 엄마는 아침마다 딸이 나간 뒤 방청소를 한다. 엄마의 그 정성을 알기에 딸은 `내 방`에서 나에 관한 이야기 대신 `모정`에 대한 감사를 표한 것이다.

그 학생의 엄마가 부러우면서도 스스로는 몹시 부끄럽다. 일방적인 관계는 없다. 자식이 부모 생각하는 마음 역시 누가 시킨다고 되는 게 아니다. 엄마 스스로 모범을 보이면 딸은 자연스레 보고 배운다. 물 맑아 손으로 떠 마실 것인지, 탁한 물에 코를 풀 것인지의 열쇠는 엄마에게 달려있다.

한석봉 엄마가 맹자 엄마보다 위대한 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열악한 환경에서도 제 성실을 몸소 실천했기 때문이다. 이것 해라, 저것해라 지시하는 엄마보다 묵묵히 실행하는 엄마가 자식에겐 더 나은 본보기가 된다.

방 한 번 제대로 청소해 준 적 없으면서, 치우라는 무언의 한숨이나 짓는 나 같은 엄마를 둔 딸들은 제 방 문을 쾅 닫은 채 무엇을 할 것인가. 엄마에 대한 애틋한 헌정사를 쓰는 대신 잘못 만난 엄마를 원망하는 랩 가사를 쓰고 있으리라. 친구를 얻으려면 먼저 좋은 친구가 되어주라 했다. 딸 맘을 얻으려면 먼저 모범을 보이는 모성이어야 한다. 베풀지 않고 바라는 건 과욕이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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