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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자면 된다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3-08-27 00:13 게재일 2013-08-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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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미생`의 작가 윤태호의 인터뷰 기사를 읽는다. 자기 확신을 얻을 때까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부었는지 그 기운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가정생활도 있고, 일거리도 넘치고 어떻게 그 모든 작업이 가능하냐고 묻는다. 작가의 답은 간단하다. `안 자면 된다`이다. 금 간 핸드폰 액정을 갈아 끼울 새도 없단다. 수요일, 토요일 밤에만 자는 생활이 이 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나.

안 잘 정도의 끈기와 오기와 체력이 있어야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끈기와 오기를 키울 생각보다 먼저 앞서 자기합리화를 꾀하고, 체력을 다질 즉각적 행동은 미룬 채 몹쓸 체질 탓만 한다. 세상에 거저 되는 게 있던가. 윤태호 작가의 팬 층이 두터운 건 그가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독자의 마음에 가 착착 달라붙기 때문이다. 겉돌지 않는 그의 대사와 내레이션은 지난했던 시간을 견딘 축복의 부산물로 보인다. 축포처럼 쏟아지던 `미생`에서의 몇몇 명대사들을 떠올려 보라.

`우연은 기대하는 게 아니라 준비가 끝난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 같은 것이다. 명절은 가족이란 이름의 폭력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잊지 말자, 나는 어머니의 자부심이다. 격식을 깨지 않으면 고수가 될 수 없다. 자꾸 사람을 판단하려고 애쓰다가는 자기 시야에 갇히고 만다. 정면을 봐. 남을 판단한다는 게 결국 자기생각을 투사하는 거라고. 그러다 자기 자신에게 속아 넘어가는 거야.` 등등.

만화는 그림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말하는 작가가 윤태호이다. 만화든 글이든 스토리를 무시하면 좋은 작품이 될 수 없다. 숱한 실패로 그것을 알아낸 작가는 그림책을 미루고 시나리오 필사에 노력했다. 뭐가 중요한 지를 알아내는 것에는 실패란 스승이 필수이다. 거기에서 얻은 가르침을 오래 붙들고 앉아 있는 법을 익힌다면 누구나 원하는 것을 밤하늘에 쏘아 올릴 수 있다. 인이 박일 때까지 두려움 없는 실패와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는 것, 그것이 `안 자면 된다`의 정신일 것이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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