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中서 미술전도 개최<BR>“내가 사랑하는 나 찾고 싶었죠”
배우, 가수, 영화감독, 작가, 화가, 영화제 심사위원…. 배우 구혜선(29·사진)에게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2002년 한 컴퓨터 광고 모델로 데뷔한 그는 MBC 시트콤 `논스톱`, KBS 2TV 드라마 `꽃보다 남자`로 큰 인기를 얻으며 정상급 배우로 성장했다.
빅뱅과 투애니원 등을 배출한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연기자`라는 점도 특이하지만, 본업인 연기보다는 영화 연출, 음반 발표, 미술 전시회 등 문화 전 분야에 걸친 그의 행보가 무척이나 독특하다.
14일 개막한 제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는 심사위원을 맡았다. 또 17일부터는 중국 상하이에서 미술전도 앞두고 있다.
지난달 22일 네 번째 디지털 싱글 `그건 너`를 발표한 구혜선을 최근 홍익대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저는 나이가 들어가지만 새로운 콘텐츠는 늘 다시 태어나잖아요. 그래서 저 역시 매일 다시 태어나는 느낌이에요”그가 직접 작사·작곡한 `그건 너`는 첫눈에 반한 남자에 대한 여자의 감성이 묻어나는 곡. 유명 기타리스트 함춘호가 기타 연주에 참여했다. `나의 연기도, 노래들도 모두 달라져 간다…. 바로 너 때문이야`라는 가사는 마치 구혜선 자신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건 너`란 노래를 만든 건 2년 전이에요. 당시에는 가사 속 `너`(연인)가 있을 때였죠. (웃음) 저는 실제로 연애를 할 때 그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에요. 음악, 영화, 미술 등 전부 그렇죠. 스스로 무엇인가 만들고 싶게 하는 에너지도 받고요”그는 “2년 전 녹음까지 모두 끝냈지만, 내가 만드는 콘텐츠가 대중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너무 많은 것 같아 (발매를) 미루고 기다렸다”고 덧붙였다.
그가 감독으로 메가폰을 잡은 영화 `복숭아나무`, 자작곡 `그건 너`, 중국에서 전시할 그림 모두 주류 대중문화의 정서와는 거리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대중에게 사랑받은 그의 모습이 지극히 통속적인 `꽃보다 남자`의 캔디형 주인공 금잔디였다는 점은 그가 추구하는 예술 세계와 큰 거리가 있다.
“`꽃보다 남자` 이후 늘 캔디형 캐릭터가 들어와서 고민이 많았어요. 그렇지 않아도 `논스톱`에서 `방방` 뛰어다니던 것을 사극(SBS `왕과 나`)에서 뭇매를 맞으면서도 겨우 가라앉힌 거였거든요. 그런데도 드라마 소재만 바뀌었지 늘 `금잔디`만 들어와요”구혜선은 “다양한 분야의 활동은 금잔디를 희석시키려는 의도도 있다”며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금잔디여도 `피아노치는 사람` 혹은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도 기억된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대중이 사랑한 `나`는 잊고 싶었어요. `내가 사랑하는 나`를 찾으려 한 거죠. 그런데 서른이 돼 보니, 대중이 사랑하는 나를 어느 정도 섞어서 사는 편이 현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도 모두 시행착오를 겪어야 아는 것 같아요. 서른이 되고서야 알았어요”그는 “금잔디 이후 나는 많은 시간을 `하고 싶은 일`에 투자했다”며 “`수입에 집중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데 대한 각오를 했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구혜선은 일본 여행 도중 들른 어느 예술가의 집을 예로 들며 “먼 훗날 내 콘텐츠를 한 데 모은 작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며 “내 작품을 직접 관람하는 분은 얼마 없기에, 특정한 장소를 만들어 함께 호흡하고 싶다”고 희망사항도 밝혔다.
그는 지난해 초 SBS 드라마 `부탁해요 캡틴` 이후 국내 연기 활동을 잠시 쉬고 있다. 본업인 배우로서의 모습을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까.
“저도 빨리 연기로 뵙고 싶지만 딜레마에 빠졌어요. 제가 노력한다고 금잔디에서 벗어나는 것도 아니고, 한 캐릭터로 각인되는 것도 어찌 보면 감사한 일이거든요. 평생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였으니까요. 자연스레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선택이 쉽지가 않네요. 하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