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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익장(老益壯)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3-08-16 00:35 게재일 2013-08-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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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익장을 과시하다`라는 말이 있다. 젊은이에 뒤지지 않는 노년의 굳건한 패기를 표현할 때 쓰는 관용구이다. `후한서` `마원전`에 나오는 고사성어로 노당익장(老當益壯)의 준말이다. 말 그대로 비록 늙었지만 기운이 더욱 씩씩함을 일컫는다.

후한 광무제 때의 명장 마원은 예순두 살, 지금 같으면 상노인에 해당하는 나이에 광무제를 도와 군대를 일으켜 반란을 평정하고 흉노를 토벌했다. 말 그대로 대기만성을 이뤘다.

평소 친구에게 `대장부는 어려울수록 굳세어야 하고, 늙을수록 건장해야 한다`며 노익장을 역설했다. 굳이 역사서를 들먹이지 않아도 현실에서 노익장을 과시하는 사람들도 많다. 얼마 전 모친상을 당한 지인의 경우, 백수(白壽)였던 당신 어머니께서는 돌아가시기 사흘 전까지 일터에 나가셨고, 텃밭 가꾸기까지 거뜬히 하셨다고 했다. 내 친정 엄마도 마찬가지이다. 미수(米壽)가 멀지 않았건만 아직도 혼수방에서 일하신다. 천생이 부지런한 분이라 일 하지 않으면 못 견뎌 하신다.

며칠 전 또 다른 노익장을 과시하는 분을 만났다. 일흔을 넘긴 그분은 매일 원고지 스무 장에 가까운 글을 쓰신다. 내 짧은 소견으로 힘들고 벅차지 않으시냐고 여쭈었다. 그렇긴 하지만 글쓰기가 건강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견딜 만하다고 하신다. 원고를 채운다는 스스로와의 약속 때문에 맘대로 술도 못하고 여행도 못하지만 얻는 게 더 많단다.

일반적으로 일을 접고 느긋이 여가를 즐기는 것이 노년을 잘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분 말씀에 의하면 사람은 할 일이 있어야 늙지 않는단다.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거나,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노화는 걷잡을 수없이 빨라진다. 늙어서 일을 놓는 게 아니라, 일을 놓으면 늙게 되는 것이다. 젊다는 게 글 쓰는 데 유리한 건 사실이겠지만 나이 많다는 게 글 쓰는 데 불리한 것만도 아니다. 모든 건 마음먹기 나름이다. 노익장을 과시하는 그분처럼 열정이 넘치는 내 노년의 글쓰기를 그리며 오늘도 성심껏 자판을 두드린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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