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 아들 말고 배우로 인정받고파”
“어렸을 때부터 자존심이 세서 저에게 항상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싫었어요. (아버지가) 워낙 영화 거장이시기 때문에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었죠. 이제는 배우로서 제 이름으로 인정받고 싶어요.”
그의 그런 노력은 조금씩 빛을 발하고 있다. 2008년 `고사: 피의 중간고사`로 데뷔해 상업영화 6편에서 단역과 조연으로 조금씩 얼굴을 알린 데 이어 오는 15일 개봉하는 독립영화 `렛 미 아웃`(김창래·소재영 감독)에서 주연을 꿰찼다. 언론·배급 시사회 이후 그의 자연스러운 영화학도 연기가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영화는 국내 독립영화 최초로 개봉 전 미국에 판권이 팔려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한 미국 5대 도시에서 동시 개봉한다.
배우로서 이름을 각인시키고 있는 권현상을 최근 서울 을지로에서 만났다.
이 영화에서 그는 영화 연출을 전공하고 졸업을 앞뒀지만, 실제로 단편영화 하나도 만들어본 적이 없는 `무영` 역을 맡았다. 우연한 기회에 지원금을 받아 좀비 멜로 영화를 만들게 되지만, 예기치 않은 장애물 앞에서 괴로워하는 인물이다.
권현상은 실제로 단국대 연극영화과에 연기 전공으로 입학해 중간에 연출로 전공을 바꿔 단편영화를 연출한 경험이 있다. 배우로서 영화 안에서 감독을 연기하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다.
“2년 반쯤 전에 우연히 오디션을 보고 출연하게 됐어요. 영화 속에서 영화를 찍는 과정이 재밌겠다 싶었죠. 학교 때 연출했던 경험을 떠올리면서 하면 쉬울 줄 알았는데, 어차피 특별한 상황에 있는 감독을 `연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연기와 똑같이 힘들었어요.”
장편영화의 주연을 연기한다는 게 역시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고 했다.
“막상 촬영에 들어가보니 제가 안 나오는 장면이 없고 이야기의 중심이니까 부담도 되고 걱정도 되고 두려움도 좀 있었어요. 그래도 감독님이 편하게 해주셔서 그런 부담을 빨리 떨칠 수 있었죠.”
`렛 미 아웃`은 영화를 찍는 과정을 그린 `메타 영화`로, 실제로 영화 현장에서 일어나는 여러 돌발 상황과 현실적인 문제들, 사람들이 모여 이루는 협업의 어려움 등을 재기발랄하고 유쾌한 톤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이런 영화 촬영 현장은 그에게 어린 시절부터 가장 익숙한 장소 중 하나다.
“영화를 많이 접하는 환경이었죠. 어렸을 때 어머니를 따라 아버지의 촬영 현장에 갔었어요. 1년에 두세 번은 갔던 것 같아요. 어릴 때라서 힘들어 보인다거나 재미있어 보인다거나 하는 판단은 못했어요. 그래도 아버지가 되게 멋있어 보인다는 생각은 들었죠. 아버지 말에 따라 사람들이 움직이고 그러니까 신기했어요.”
하지만, 그의 영화 사랑은 배우를 향한 마음이 더 컸다.
“아버지와 함께 영화를 보러 간 적은 한 번도 없었고요, 중학교 때부터 친구들이랑 영화를 보러 다녔어요. 씨네하우스와 브로드웨이시네마 두 군데를 많이 갔죠. 공짜로 영화를 보거나 그런 건 전혀 없고요, 용돈을 아껴서 개봉작을 다 챙겨봤죠. 영화를 많이 보다보니 배우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나도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꿈이 점점 커졌죠.”
앞으로의 포부를 물었다.
“영화를 보면 눈에 들어오는 배우들이 하나씩 있어요. 꼭 주연이 아니더라도 `타짜`의 김윤석 선배님 같은 경우가 그렇죠. 그런 부분을 관심 갖고 돌려봐요. 그럼 항상 그 배우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지거든요. 저도 그런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다음 작품이 궁금한 배우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