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과 인연이 있던 지인들과 전시회장을 찾았다. 생각보다 조촐한 규모에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전시장의 크기가 선생의 입지를 규정하는 것은 아닐 것이기에 마음만은 전우주적 공간이 되어 상상의 나래를 폈다. 사모님의 안내 덕에 그림 속에 담긴 선생님의 예술혼과 가치관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내게 선생님은 화가이기 전에 스승이다.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으로 먼저 만났다. `엄마 찾아 삼만 리`를 읽어주던 순정한 모습도, 화가로서 승승장구하던 모습도 모두 존경 받아 마땅했다. 어린 제자들을 사랑했지만 그림을 포기할 수 없어서 한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선생님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다.
초중고 교과서에도 몇몇 그림이 실릴 만큼 선생님은 유명 화가가 되었다. 선생님의 작품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담배가게`이다. 70년대 풍의 그 담배포 풍경에는 삶에 대한 철학이, 그림에 대한 예술관이, 인간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이런 선생님의 자세한 우주관은 유작 전시회 기념으로 출간된 시화집을 통해 알 수 있다. 아르코 출판사에서 나온 이창연 화백의 `저 바다의 끝은 어디일까`는 `이창연 화가의 작가 노트`라는 부제가 딸린 시화집이다.
그림을 삶의 꽃으로 비유한 선생님은 `그림이 그림이라면 그림이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삶의 현장 그 리얼리티를 보듬지 못하면 진정한 예술가가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절대 고독의 에너지로 당신만의 예술적 행보를 내디뎠던 그 흔적이 지치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아, 슬픈 노랫가락 같고 유쾌한 농담 같은 선생님의 작가노트 `저 바다의 끝은 어디일까`에 관심 좀 가져주시라.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