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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어떻게 하나?

등록일 2013-08-08 00:10 게재일 2013-08-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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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민호 서울대 교수·국문과

무릇 국민의 마음은 딱히 힘을 가지고 있지 못한 듯 보일 때조차 함부로 여길 수 없는 일이라 본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일을 보면 과연 이 국민의 뜻을 정치하는 분들, 나라 다스리는 분들이 어찌 여기고 계신 것인지 걱정스러울 때가 많다.

시대를 거듭해 살다보면 내가 늘 옳을 수 없음이 분명해져서, 정치도 올바름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그때그때의 실용적 목적이나 목표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바꾸어가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때도 국민들과 약속한 것을 성의껏 지켜나가려 하고, 부득이 그러지 못할 때는 그 상황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 분명하게 설명하는 것이 위정자들이 지켜야 할 도리 가운데 하나라 할 것이다.

겉으로는 이렇게 하겠다 하고 속으로 딴 마음을 먹고 국민들의 시선과 생각을 피해 나가면서 안 보이는 곳에서 자기 뜻을 관철시키려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 그것이 진보의 것이든 보수의 것이든, 야당의 것이든 여당의 것이든, 그런 방식으로 일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을 증대시켜 나가야 하는 사회적 준칙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것이다.

처음에 운하를 파겠다고 했을 때 국민 다수가 그것을 반대하자 운하는 하지 않고 강을 정비하는 일만 하겠다고 했다. 국민들은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지는 않았지만 정부가 그러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하니 그것을 믿고자 했다. 그 사이에 나라 예산을 헛되이 땅 파는 데 쓴다느니, 멀쩡한 강을 더 나쁘게 만든다느니 하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지만 국민들은 무던히 참았던 것으로 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감사를 해보고 없어진 서류 같은 것을 복원해 보니, 겉으로는 강만 정비한다고 하고 뒤에서는 계속 운하를 파는 쪽으로 일을 움직여 왔다고 한다. 비록 일부 보나 다리에 국한된 것일지 모르나, 지금 여러 곳에서 급하게 추진한 사업의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지난 정부가 왜 그렇게 일했어야 하는지 의문스럽다. 국민에게 어떤 말을 하고 공표를 할 때는 사실을 다 말해주지는 않는다 해도 총체적으로 거짓을 진실처럼 포장하지는 말아야 하는 것 아닐까.

세월은 흘러가게 마련이고 잘한 것, 잘못한 것은 다 드러나지는 않아도 일부라도 드러나게 마련이다.

최근에 나라가 움직이는 것을 보면 무슨 문제를 그런 식으로 풀어가나 하는 답답한 마음이 생긴다. 선거 때 무엇이 잘못 되었다면 그것에 대해 성의껏 듣고 말해서 풀 것을 풀고 넘어가면 되는 것 아닐까. 나는 개인적으로 NLL이라는 문제에 대해서 노무현 정부가 슬기롭게 대처했으리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주관이 뚜렷한 분이었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긴 토론을 해서라도 자기 의지를 관철시키려는 태도를 가지고 계셨다. 그러니 북한과 NLL을 가지고 정상회담을 하더라도 불필요한 말, 해서는 안 될 표현까지 다 섬세하게 가리지 못하고 의견을 표명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왜 우리가 지금 이 문제를 가지고 이토록 소모적인 논쟁과 대립을 일삼아야 하느냐 말이다.

새 정부가 들어선지 벌써 오래 됐고, 이제는 앞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묵은 문제, 잘못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더 오래된 문제로 뒤덮으면 언제 앞으로 나갈 수 있나?

국민들이 의사 표현을 잘 안 하고 때로 못한다고 해도 생각할 것은 하고 있을 것이다. 국민들의 기본적인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정치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무더운 여름이다. 오늘 날씨가 38도를 넘어선 때가 있었다. 국민들이 시원하게 생각할 정치를 펼쳐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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