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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영화 `더 테러 라이브`서 열연

연합뉴스 기자
등록일 2013-07-31 00:20 게재일 2013-07-3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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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채플린처럼   영화 만드는 게 꿈”

“배우로서 성공했다고요? 제 목표는 아직 한참 멀리 있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영화 `더 테러 라이브` 개봉(31일)을 앞두고 29일 삼청동에서 만난 하정우는 그에 관한 세간의 찬사를 이렇게 일축했다.

`충무로의 대세`로 불리는 그가 지나친 겸양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그가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종착역을 듣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는 전설적인 배우이자 감독인 찰리 채플린을 얘기했다.

“찰리 채플린처럼 언어가 다르더라도 통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세계 어디에서나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진짜 글로벌한 영화를 만드는 거죠.”

희극과 비극이 뒤섞인 페이소스 연기, 시대를 꿰뚫는 날카로운 통찰을 담은 영화를 만든 배우이자 감독 채플린은 전 세계 배우와 감독들이 꿈꾸는 최고의 경지로 남아있다. 배우 하정우는 충무로의 대세에 만족하지 않고 이렇게 큰 꿈을 그리고 있었다.

이번에 내놓은 신작 `더 테러 라이브`는 그의 야심이 오롯이 드러나는 영화다. 이 영화는 하정우에서 시작해서 하정우로 끝난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등장해 마지막 장면까지 97분간 그의 연기로 빼곡히 채운다. 뉴스 앵커 `윤영화`로 분해 라디오 부스에서 테러범과의 전화통화를 생중계하는 연기는 고정된 무대 위에서 홀로 끌어가는 1인 연극에 가깝다. 놀라운 점은 97분간 한 사람의 얼굴만 줄곧 보는데도 지루함을 느낄 새가 별로 없다는 것.

“저도 언론시사 때 처음 봤는데, 관객들이 영화의 호흡을 따라가며 반응하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오히려 제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웃음이 터지는 걸 보고 흥미로웠어요. `이러다가 정말 잘 되는 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런 반응이 벅차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하고 그러네요.”

지난 주말 유료시사회에서만 벌써 12만 관객이 들었다. 벌써 흥행 조짐이 보이지만, 당초 그에게는 이 작품이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시나리오를 보지도 않고 이 제안을 두 번이나 거절했어요. `베를린` 끝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고 `롤러코스터`(감독 데뷔작) 후반 작업도 남아있었고 새 작품 `군도`도 천천히 준비하면서 여유있게 가려고 했죠. 그런데 막상 시나리오를 보니까 생각이 달라졌어요. 이야기 구조가 타이트하게 잘 짜여 있더라고요. 이 캐릭터에 내가 향을 입히면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라디오 부스라는 제한된 공간을 연기로 확장해야 한다는 부담은 적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기술을 썼다”고 했다.

“예를 들어 (경찰청 테러대응센터장인) 전혜진 씨가 `윤영화 씨, 긴장하지 마시고 이거 보고 읽으세요`라는 대사가 있으면 그 전에 제가 긴장하는 표현을 해야 하는 거예요. 어떻게 긴장하는 상태를 보여줄까 고민하다가 그게 나도 모르게 나오는 현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미세한 표현을 시도했죠. 사람이 마그네슘이 부족할 때 눈 옆 근육이 씰룩씰룩 경련이 일어나는데, 그걸 일부러 했죠. 입이 씰룩거리는 거라든지, 얼굴이랑 눈이 갑자기 빨개지도록 한다든지, 아주 작은 변화들이고 아는 사람만 알겠지만, 관객이 몰입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봤어요.”

그러면서 그는 눈 근육에 경련을 일으키는 `묘기`를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얼굴 근육을 움직이는 이런 장난을 많이 하고 놀아서 어렵지 않아요(웃음). 장난치다 보면 리얼하게 해야 하니까 그렇게 놀았던 게 지금 연기에 많이 도움이 돼요.”

이번 영화는 그가 `롤러코스터`로 감독의 위치를 경험한 뒤 배우로 돌아와 찍은 첫 영화다. 실제로 작품에 임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연출을 해보고 나서 내 과거를 돌아보니 낯뜨거운 부분이 많더라고요. 감독이 열심히 만든 콘티, 대사 한 줄을 쉽게 바꾸려고 들고 그랬죠. 감독은 더 넓은 걸 보고 이야기하는데, 거기에 쉽게 동의하지 않고 그랬던 것들이 생각나서 부끄러웠어요. 이번엔 좀 달랐죠.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뭐야?` 하기보다 그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됐어요. 감독에게 `이 대사가 왜 나온 거죠?`라고 질문할 때 그 의미가 전과는 달라진 거죠. 감독의 얘기를 더 듣고 감독으로서의 스트레스나 부담감을 덜어주려고 노력했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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