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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과 인연, 운명이죠”

연합뉴스 기자
등록일 2013-07-25 00:25 게재일 2013-07-2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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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강호 `설국열차`로 6년만에 봉준호와 재회… 딸로 고아성 출연
“봉준호 감독과의 인연은 운명적인 것 같아요. 가장 가까운 영화적인 동지이고 그런 동지와 작업을 또 했다는 것이 `설국열차`가 내게 남긴 가장 큰 의미입니다”

23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배우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과의 특별한 인연과 `설국열차`라는 작품의 각별한 의미를 이렇게 정리했다.

봉 감독과 송강호가 `특별한 궁합`으로 걸작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공히 알려진 사실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한국영화사에서도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큼 중요한 사건이다. `살인의 추억`(2003)과 `괴물`(2006)은 두 사람 모두에게 큰 성공을 안겼고, 두 사람이 다른 감독 또는 배우와 함께 한 작품들은 그 만큼의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그래서 봉 감독의 신작 `설국열차`에 송강호가 출연한다는 사실은 두 사람이 또다시 `일`을 내고야 말 거라는 기대감을 품게 했다. 해외 언론들 역시 `설국열차`를 소개하면서 송강호의 역할을 비중 있게 소개했다.

송강호도 봉 감독과 6년 만의 만남이 흥분되는 사건이었다고 했다.

“봉 감독과 함께 할 때 특별히 주목받고 흥행을 해서라기보다는 봉준호라는 예술가의 새로운 얘기를 같이 한다는 게 굉장히 설레고 흥분됐어요. 나 역시도 봉준호의 팬으로서 신작을 많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그가 공들인 새로운 작품을 만난다는 게 기뻤습니다.”

봉 감독이 해외에서 만든 첫 번째 영어 영화에서 송강호는`괴물`에서 부녀관계였던 배우 고아성과 함께 유일한 한국인을 연기했다. 열차 꼬리칸에 사는 가장 낮은 계급의 지도자 `커티스`(크리스 에번스)가 반란을 일으켜 앞쪽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존재인 `남궁민수`를 연기했다. 그는 열차의 보안 설계자로, 오랫동안 감옥칸에 갇혀 있다 커티스 일당에 의해 끌려나와 열차 칸 사이의 닫힌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가 연기하는 남궁민수는 커티스의 말을 순순히 듣는 인물은 아니다. 처음 등장하는 순간부터 뭔가 반항적이고 나름의 꿍꿍이를 숨긴 캐릭터다. `크로놀`이라는 환각 물질 덩어리에 집착하는 괴짜의 모습도 있다.

“`크로놀`이라고 해서 이상한 표정이라든지, 전형적인 마약중독자나 알코올중독자의 모습을 염두에 두지 않았어요. 가장 평범한데 그 속은 전혀 알 수 없는 인물을 보여주고자 했죠. 이 열차 자체가 평범하지 않잖아요. 아주 극한 상황이죠. 어떻게 보면 봉준호가 `괴물`을 통해 한국사회를 얘기했듯이 `설국열차`는 `괴물`의 세계판이 아닌가 싶어요. 여기서 괴물의 실체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열차의 칸 등급을 지키려는 자와 탈출하려는 자의 몸부림이 연속되고 바깥은 죽음뿐인 세상이 `괴물`과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비관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냉혹하게 현실을 보고 있지 않나 하는 거죠. `남궁민수`란 인물도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유머와 대사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라고 생각했죠.”

영화 속 할리우드 배우들 틈바구니에서 그는 유일하게 영어를 쓰지 않는 사람으로 나온다. 그의 딸 역할인 고아성은 열차 안에서 태어난 아이로 자연스럽게 영어를 쓰지만, 그는 애초에 영어를 배울 생각조차도 없는 인물로 보인다. 모든 말을 실시간으로 통역해주는 기계에 의존하지만, 통역기가 제대로 통역을 하건 말건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지껄이는 인물이다.

“으레 준비된 애국 마케팅의 일환이 아니라 이건 정말로 조금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나는 물론 영어를 못하죠. 하지만, 영어를 못하기 때문에 한국어를 시킨 건 아니라고 봐요. 그랬다면 영어를 잘하는 배우를 캐스팅했겠죠. 영어를 굳이 해야 될 이유가 없는 인물인 거예요. 이런 설정을 했다는 게 역시 봉준호다운 자신감이라는 거죠. 어설프게 영어를 하면서 연기하는 게 과연 좋을까 싶고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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