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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연기자란 말 가장 듣기 좋죠”

연합뉴스 기자
등록일 2013-07-12 00:45 게재일 2013-07-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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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동일, 영화 `미스터 고`서 야구 에이전트로 변신
무뚝뚝한 아빠 성동일(46·사진)이 수완 좋은 프로야구 에이전트로 변신했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영화 `미스터 고`에서 그가 연기하는 성충수는 선수를 이리저리 사고파는 장사꾼 기질과 속물 근성으로 인해 인간 사냥꾼으로 불린다.

MBC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특유의 소탈한 인간미는 성충수도 예외가 아니다.

영화 홍보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성동일을 10일 삼청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전날 VIP 시사회 후 뒤풀이까지 했다는 그는 피곤한 기색이 완연했지만 대답을 주저하거나 대충 꾸미는 법이 없었다.

그는 “이전까지는 살짝 발을 담갔다가 빼는 입장이었는데 이번에는 제작비도 많고 역할 비중도 커 부담스럽다”며 “뭔가 열심히 하는 척이라고 해야겠다 싶다”며 익살스런 미소를 지었다.

그럴 만도 한 게 `미스터 고`는 순제작비만 230억 원에 달하는 대작이다. 게다가 주인공은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이다.

영화는 중국 소녀 웨이웨이(쉬자오 분)가 자신이 이끄는 서커스단을 구하기 위해 링링과 함께 한국 야구계에 진출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거액의 계약금을 미끼로 링링을 한국 프로야구계로 끌어들인 이가 성충수다.

링링은 순수 국내 3D 컴퓨터그래픽(CG) 기술로 탄생했다.

제작진은 컴퓨터그래픽·시각효과(VFX)에만 120억원을 투입해 국내 최초로 CG 고릴라 캐릭터와 전체 3D 촬영을 시도했다.

성동일은 “CG가 얼마나 잘 나올까 궁금했는데 그렇게 털 하나하나 살아있을 줄은 몰랐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처음에는 훈련한 진짜 고릴라로 찍는 줄 알았어요. 나중에 CG로 한다니까 그게 가능할까 싶었어요. 김용화 감독이 정말 준비를 많이 했죠. 이 작품을 위해 4년 가까이 매달렸으니까요. 촬영을 할 때는 전 스태프가 아주 고생했어요. 3D다 보니 거리를 유지 못 하면 초점이 다 나가버리거든요. 정확히 동선을 맞춰서 가야 하니까 배우와 스태프 모두 정말 힘들었습니다. NG가 나면 카메라 감독은 손발을 떨 정도였어요.”

그 자신도 숱한 도전을 해야 했다. 촬영 전 연습실을 얻어 동선과 대본 연습을 했고, 체중도 16kg이나 감량했다.

“실제 에이전트를 보니 정말 멋있더라고요. 어디 한 대 맞은 느낌이었죠. 내가 그동안 게으르게 연기했다는 생각이 들어 빼야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돈을 주잖아요.(웃음)”

그가 `미스터 고`에 합류한 것도 김 감독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성동일은 김 감독의 전작인 `국가대표`와 `미녀는 괴로워`를 함께했다.

“감독이 `합시다`라고 해서 대본도 안 보고 그러자고 했어요. 김 감독은 제 장단점을 가장 잘 아는 감독이라고 생각해요. 저를 두고 대본을 썼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메워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죠. 자기가 연기가 안 되니까 성격이 비슷한 저를 대신 집어넣는 것 같기도 하고요.(웃음)”

성충수의 성도 그의 이름에서 따왔단다.

“성충수가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알고 보면 정말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이죠. 좋은 선수를 큰 무대로 보내는 건 좋은 일이잖아요. 다만 너무 세게 제 앞길을 달려가니까 인간 사냥꾼으로 불리는 것 같아요. 저라도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면 성충수처럼 공격적으로 나갈 겁니다.”

그러나 그는 극중 허술한 중국 사채업자로 나온 림샤오강(김희원) 역을 하고 싶었다며 “그게 딱 내 캐릭터”라고 웃었다.

1998년 드라마 `은실이`의 양정팔 역으로 얼굴을 알린 성동일은 이후 40여 편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며 개성파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주로 소탈하고 서민적인 역할을 해왔다. 스스로도 `생활 연기자`라는 말이 가장 좋다고 했다.

성동일은 “시청자나 관객들이 나를 보고 진짜 생활 연기자라고 불러주는 게 제일 좋다”며 “신비주의도 아니고 뭘 감추는 스타일도 아니다. 그냥 내 모습을 표현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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