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자체에 빠지거나 잘 알려진 예술가들을 상기하는 것도 재밌지만, 잘 몰랐던 대중 예술가를 눈 여겨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주인공 `길`은 술집에서 혼혈 흑인 무희를 만난다. 조세핀 베이커이다. 흰 드레스에 깃털을 휘날리는 그녀는 고국인 미국이 버렸지만 파리 사교계에서 부활한 실존 인물이다. 불우한 환경과 뉴욕에서의 인종차별 경험은 파리로 진출한 그녀에게 단단한 무기가 되었다. 날렵한 몸매, 매혹적인 표정, 깃털 같은 경쾌함, 천진난만한 분위기 등으로 그녀는 단번에 블랙아메리카 열풍의 핵심이 되었다. 새로운 것, 특히 아프리카적인 것과 재즈 등에 환호했던 파리 상류층 기호에 그녀는 멋지게 화답했다.
파리는 그녀에게 열광했다. 여성들은 베이커처럼 피부를 그을리고 머리카락을 풍성하게 틀어 올렸다. 뉴욕에서의 상처를 기억하는 그녀는 그 열풍을 만끽했다. 대신 파리에 대한 고마움을 레지스탕스 활동으로 갚았다. 전후에는 민권 운동과 고아를 위한 활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1975년 그녀가 죽었을 때 장례식이 프랑스 전역에 중계될 정도였다. 파리와 조세핀 베이커는 궁합이 맞았던 셈이다.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우디 앨런이 전하는 메시지 중 하나는 모든 현재는 모든 과거를 그리워하지만 그 답은 현재에 있다이다. 속살거리는 그 유머에다 내 식 깨알 같은 후기를 더하련다. 진정한 자긍심은 이국적이고 새로운 것을 수용하는 너그러움에서 나온다고. 따라서 파리 사람들의 문화적 오만은 열린 시각에서 온 예술적 취향이니 용서할 만하다고.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