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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 일기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3-07-05 00:16 게재일 2013-07-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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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 선생의 글쓰기 방식은 한마디로 `쉬운 말로 쓰자`였다. 권정생 선생과 더불어 그는 `국민학교만 나와도 알아먹을 수 있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우리글 바로쓰기`는 글쓰기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여전히 인기 있는 책이다. 쉽게 쓰면서 하고 싶은 말을 다 담아야 한다고 일깨우는 그 책의 감동을 나는 잊지 못한다. 하고 싶은 말을 쉬운 글로 표현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글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번역문장에서조차 우리말을 고집해 문장이 어색해지는 선생의 방식을 제외하면 나는 여전히 선생의 글쓰기 방식을 존경하고 따르려 하고 있다.

올해로 선생이 떠난 지 십 년이 되었다. 그를 기리는 지인과 출판계의 뜻으로`이오덕 일기`가 출간되었다. 다섯 권으로 추려진 이 책이 나오기까지 2년8개월이 걸렸다. 앞 두 권은 교사로 살았던 24년 세월을, 뒤쪽 두 권은 사회활동을 하던 13년의 기록을 담았다. 마지막 권에는 충주 무너미 마을의 마지막 5년 생활이 실렸다.

그 중 권정생 선생과의 만남 장면이 인상 깊다.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된 권정생 선생은 아프다는 핑계로 시상식에 못 간다고 했다. 여비가 없을 것으로 짐작한 이오덕 선생은 당신이 갖고 있던 원고지와 돈을 두고 나온다. 두 분의 우정이 오래 지속된 계기가 된 만남이었다. 이오덕 선생의 발품은 가난한 권정생 선생의 작품을 세상에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자신의 신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살기는 쉽지 않다. 전체 일기가 아닌 부분만 읽어도 선생이 뿌린 생각의 씨앗이 얼마나 영글고 올곧은지 알겠다. 어린이와 노동자와 농민 등 가장 낮은 이들과 호흡한 선생의 숨결이 오롯이 살아 있다. 교육과 글쓰기에만 머문 것이 아니라 사회 혁신으로까지 신념을 확대해간 선생의 노고가 일기 안에서 되살아난다. 가난하고 상처받은 사람들이 소박하게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제 몸과 맘을 연 선생의 한살이가 이 일기집으로 인해 더 관심을 받았으면 좋겠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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