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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나믹듀오 “7집, 원초적인 랩의 재미 살렸다”

연합뉴스 기자
등록일 2013-07-02 00:38 게재일 2013-07-0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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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앨범 `러키넘버스`는 싱글 시장에 대한 돌직구”<br>“초심으로 돌아가자” 홈레코딩 녹음곡도 다수 담아

힙합 듀오 다이나믹듀오(개코·최자)는 “우리가 음악을 시작한 건 행운”이라고 입을 모았다.

1일 발표한 7집에 `러키넘버스(LUCKYNUMBERS)`란 제목을 붙인 이유다.

최근 서울 을지로에서 인터뷰한 두 멤버는 “7집을 작업하며 `우리가 음악을 안 했으면 뭘 했을까`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란 생각을 하니 음악을 통해 누리는 게 너무 많다는데 감사했다”고 웃었다.

“저는 전공을 살려 미술 선생님을 하고 있고 최자는 컴퓨터 고치는 일을 하고 있었을 겁니다. 하하.”(개코)

“친구(개코)와 함께 음악 하니 노는 것과 일하는 것의 구분이 없었어요. 앨범 작업도 즐기는 느낌이고 공연을 다니면 여행하는 느낌이죠. 이렇게 계속 할 수 있는 환경이 고마울 따름이죠.”(최자)

강남구 신사동 신구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단짝인 둘은 음악을 연결 고리로 20년간 같은 길을 걸어왔다. 2000년 3인조 그룹 씨비 매스(CB MASS)로 데뷔한 둘은 2003년 팀이 해체되자 2004년부터 다이나믹듀오를 결성해 활동했다.

다이나믹듀오로 팀을 꾸려온 건 올해로 10년째. 그 사이 단박에 슈퍼스타로 뜨지도 않았고 언더그라운드에서 전전한 적도 없다.

둘은 “앨범을 10장 넘게 만들었는데 선택받지 못해 망가지기도 하고 의외로 잘되기도 했다”며 “계산하지 않고 대중이 공감할 얘기를 우리 식대로 재미있게 풀어내자는 생각은 한결같았다”고 강조했다.

역시 자신들의 방식으로 만든 7집은 요즘 랩 음악의 흥행공식을 따르지 않았다. 올해 상반기에는 버벌진트, 배치기, 긱스 등의 힙합가수들이 선보인 `감성 힙합` 곡들이 유독 사랑받았다. 모두 후렴구의 멜로디가 강조된 곡들로 랩이 되려 조연으로 밀려난 느낌이었다. 그러나 다이나믹듀오의 앨범에는 랩의 맛과 멋을 살린 곡들로 가득하다. 랩은 노랫말보다 음절이 많아 주제 의식을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고 라임(rhyme)이 주는 리듬감이 매력.

개코는 “오래 음악을 하다 보니 때론 흥행 공식을 알게 되더라”며 “하지만 이제 음악을 듣는 분들의 수준이 높아져 노림수보다 원초적인 랩의 재미를 살리고 싶었다. 랩이 메인인 음악을 선보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로 인해 수록곡에 참여한 씨스타의 효린, 윈터플레이의 혜원 등 걸출한 보컬들도 양념 역할만 한다. 윈터플레이 이주한의 트럼펫 연주, `천재 뮤지션`으로 불리는 정재일의 기타 연주도 사운드의 다채로움을 살리는데 그친다. 이들의 감칠맛 나는 랩에는 특별한 삶보다 `우리 모두의 보편적인 일상`으로 가득하다. 옛것과 요즘 스타일의 힙합 비트 위에 소소한 순간들의 의미가 펼쳐진다.

여행을 떠날 때 기내에서 느끼는 두근거림을 담은 `에어플레인 모드(airplane mode)`에는 바르셀로나, 로마, 제주도 등의 명소를 이용한 라임이 신선하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하루를 살고 싶은 바람을 담은 `거품 안 넘치게 따라줘`, 오랜 벗들과 가끔 만나 술 한 잔 기울이는 시간의 소중함을 얘기한 `가끔씩 오래 보자`도 같은 맥락의 곡이다.

타이틀곡 `뱀(BAAAM)`은 `뱀` 같은 여자에게 휘둘리면서도 그녀를 예찬하는 남자의 심리가 위트 넘치는 랩 가사에 담겨 있다. 역시 꽤 흔한 사랑 얘기다. 그중 `스킷 #1`과 `만루홈런` 등 몇몇 트랙에선 욕설이 등장해 `19금`이 확실해 보인다.

개코는 “주제 자체에 자극적인 단어가 안 어울리는 곡도 있어 의도적으로 격한 표현을 쓰진 않는다”며 “하지만 마초적인 힙합 비트의 곡, 랩 스킬에서 날이 서 있다는 보여줄 때는 단어 선택도 과감해진다”고 설명했다.

두 멤버는 작사, 작곡, 편곡을 도맡아 하며 앨범을 만드는 과정의 즐거움을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배고픈 록 가수가 소유했던 중고 이동식 녹음 부스를 500만 원에 사서 앨범을 만들었던 시절도 있었다. 이번엔 초심으로 돌아가 보자는 생각에 둘의 집에서 홈레코딩으로 녹음한 곡들도 다수다.

개코는 “스튜디오에서 긴장해 녹음하기보다 집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밤을 새워가며 즉흥적으로 녹음했다”며 “좀 어설퍼도 완성되는 과정을 우리가 기억하고 싶었다. `힘들고 고됐지만 즐거웠다`는 우리만의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작업 과정이 `러키`했다”고 웃었다.

최자는 “싱글 위주의 시장에서 인스턴트로 음악이 소비되는 게 싫어 정규 앨범을 냈으니 돌직구를 날린 셈”이라며 “힙합 1세대로써 책임감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후배들이 자기 색깔을 잃지 않고 음악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선배인 우리부터 오래 음악 하는 모습을 제시해주려면 책임감이 생기죠.”(개코·최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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