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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감정 `음악의 중력`에 녹였죠”

연합뉴스 기자
등록일 2013-06-25 00:01 게재일 2013-06-2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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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록밴드 넬, 미니앨범 `이스케이핑 그래버티` 발표
모던 록밴드 넬(김종완, 이재경, 이정훈, 정재원·사진)의 음악은 그늘지고 몽환적이지만 뭉근한 감정을 끌어내는 서정성이 있다. 가요계에선 이런 음악을 접할 때마다 `넬스럽다`고 말하곤 한다.

언제 어디서 들어도 `아, 넬이구나`라고 떠올릴 뿐만 아니라 유사 사운드에 이들의 이름을 대명사처럼 갖다대는 건 넬이 한길을 꽤 잘 걸어왔다는 의미일 것이다.

실제 1999년 그룹을 결성하고 2001년 데뷔 앨범을 낸 이 밴드가 12년간 선보인 음악은 무게 중심이 뚜렷했다. `한국의 콜드플레이`로 불리며 미성의 보컬과 힐링을 주는 사운드가 특징이었다. 이달 발표한 미니앨범 `이스케이핑 그래버티(Escaping Gravity)`도 이러한 장점은 한결같다. 이 앨범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홀딩 온투 그래버티(Holding Onto Gravity)`에 이은 `그래버티`(중력) 3부작 중 두 번째다.

최근 서울 을지로에서 인터뷰한 넬은 “우리가 거부할 수 없는 대표적인 것이 중력”이라며 “평소 느끼진 못하지만 모든 것에 영향을 주고 있지 않나. 우리가 느끼는 슬픔, 외로움, 기쁨 등 다양한 감정들도 늘 느끼지만 존재의 실체를 인식하지 못한다. 삶 속의 감정들을 중력에 빗대어 음악 안에 녹여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인간의 다양한 감정에 세밀하게 접근하기 위해 수록곡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특정 상황에 처한 주인공을 등장시켰다. 전곡을 작사, 작곡한 보컬 김종완은 “단편영화에 관심이 많아 문득 떠오르는 시나리오를 메모해 두는 편인데 이번 곡들을 쓸 때 내 머릿속에 막연한 영상들이 떠올랐다”고 했다.

첫 곡 `보이-엑스(Boy-X)`는 총기 난사 사건, 묻지마 살인 등으로 절망감을 분노로 표출하는 이가 주인공이고, `헤이븐(Haven)`에선 약물에 의존하며 현실을 도피하는 이가 자신을 사랑하는 여인에게 울지 말라며 대화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그러나 노래 속 화자들이 최악의 상황에 절망하며 안주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타이틀곡 `오션 오브 라이트(Ocean of Light)`에선 자신을 가둔 벽을 부수고 나와 낙천적인 사고로 꿈을 이뤄가는 화자가 등장하고 `번(Burn)`에선 전투적으로 두려움에 맞서는 캐릭터가 그려진다.

멤버들은 “좌절, 절망감에서 어떻게 탈출하느냐에 대한 앨범”이라며 “일관된 주제 안에서 과정과 방식이 다른 캐릭터가 등장한다”고 소개했다. 그로 인해 이번 앨범은 전작과는 조금 다른 차원의 위로가 스며 있다.

“우리 음악이 예전에는 바닥으로 떨어져서 밑을 치고 올라가자는 위로였다면 이번엔 `오션 오브 라이트`에서처럼 긍정적인 마음으로 힘을 내자며 한층 밝은 기운이 담겼어요.”(김종완, 이재경)

매번 이처럼 강도 높은 음악 작업이 쉽지만은 않을 터. 동네 친구, 동창 등 1980년생 동갑내기 친구 네 명이 우정으로 뭉쳐졌다지만 때론 열정이 식는 순간, 슬럼프가 오는 순간도 있었을 법하다.

김종완은 “네 명이 똑같이 열정적일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다”며 “멤버마다 다른 열정의 사이클이 있을 때가 밴드의 슬럼프다. 열정의 다른 주기를 눈치껏 알게 되더라. 정신 차려야 할 때는 의기투합해 얘기하고 아닐 때는 모두 느슨해진다”고 웃었다.

“이런 과정이 이젠 무척 자연스럽지만 열정이 없다면 앨범을 내지 못하겠죠.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 스트레스도 받지만 음악은 여전히 너무 재미있는 과정입니다. 희열이 크거든요.”(이재경)

결성 당시 넬의 출발은 인디였다. 이후 이들은 2002년 서태지가 만든 록 레이블 `괴수인디진`에 영입되며 록 팬들의 주목받았다. 2004년 2집까지 낸 후 서태지와 헤어져 2006년 3집부터 울림엔터테인먼트로 옮겨 대중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그로 인해 이들은 인디와 주류의 경계에 있는 팀이기도 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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