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잠에서 깼다. 말로만 듣던 파리 시내 관광, 그 중 에펠탑과 센느강을 볼 수 있다는 설렘에 마음은 절로 달떴다. 외곽의 숙소를 떠나 버스는 시내로 달렸다. 한참 가고 있는데 전화를 받는 가이드의 얼굴빛이 심상찮다. 두 명의 일행을 숙소에 둔 채 신나게 달려왔던 것이다. 약속 시간에 늦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로서는 설마 자신들을 두고 떠났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아직 초기 여정이라 여행객들끼리 통성명조차 없어서 서로를 챙길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인원 체크는 당연히 가이드 몫이라고만 생각했다.
아뿔싸, 두고 온 멤버는 전날 밤 내게 자신들의 곁잠자리를 내어준 그분들이란다. 그 사실을 알고 나자 가이드보다 내가 더 미안해졌다. 주변을 돌아볼 생각 없이 나만의 여행에만 몰두해있던 스스로에게 실망감이 일었다. 버스는 이미 삼십 분 이상을 달려왔다. 운전대를 되돌릴 상황이 아니었다. 할 수없이 그들은 택시를 타고 뒤따라 와야만 했다. 에펠탑 광장에서 무사히 합류할 수 있었다. 잠시의 이별이었지만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그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할 정도로 괜히 민망해졌다. 섬세한 마음자리까지 이르지 못한 스스로를 자책하기만 했다. 둘이였다 해도 낯선 이국의 택시 안에서 그들은 얼마나 불안에 떨며 노심초사했을 것인가. 함께 하는 여행은 서로 챙기고 다시없을 위안이 되어주어야 하는 것임을 깨치게 해주는 해프닝이었다.
`우리가 그렇게 존재감 없는 사람들이었어?`라고 안전지대에 당도했음의 여유를 귀여운 눈 흘김으로 대신하던 그들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이랬다. 누가 파리까지 와서 택시 일주까지 하는 호사를 누리겠어요? 어느 누구도 쉬 경험하지 못할 파리의 추억을 그대들은 간직한 걸요.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