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모든 비난과 절망에 대한 위안처는 친구이다. 다정한 존재 하나가 온 우주를 커버할 만큼 큰 위력을 발휘한다. 알랭 드 보통이 말했다. 친구란 우리가 가진 많은 것들에 대하여 더 적극적으로 정상이라고 판단해줄 만큼 친절한 사람을 일컫는다고.
만난 지 십 년도 훨씬 지난, 멀리 사는 친구가 불쑥 찾아왔다. 서로가 몹시도 보고 싶어 했었다. 그새 남편은 병으로 먼저 떠났고, 이 년 전에는 그녀마저 암 선고를 받았다. 꾸준한 치료 덕에 이제는 완치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식당을 하는 그녀는 휴무일을 맞아 무작정 먼 길을 운전해왔다. 먼저 간 남편에 대한 야속함, 시댁에 대한 서운함, 자식들에 대한 불안감과 기대감 등을 털어 놓는 그녀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녀 앞서 울고 그녀 뒤에 웃는 것밖에 없었다.
못 보던새, 내 몸피는 그녀 보기 부끄러울 정도로 굵어졌고, 그녀의 등짝과 허리는 그 옛날보다 날렵하기만 했다. 눈곱조차 떼지 못한 나를 안으며 그녀가 말했다. 하나도 안 변했어. 그렇고말고. 몸은 변해도 마음은 쉽게 바뀌지 않는 게 사람이지.
누군가와 친구가 되는 건 상대방이 친절하고 배려심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서로가 이해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서로에게서 완벽을 찾는 게 아니라 상대의 결핍이나 과잉마저 인정할 때 우정은 지속될 수 있다. 내게 비합리적 양상이 벌어졌을 때, 그런 친구라면 무조건 내게 긍정의 신호를 보내주기 마련이다. 이 실팍한 세상에 친구보다 나은 약은 없다. 참을 수 있는 존재의 위안, 그것이야말로 친구이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