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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시인과 젊은 화가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3-06-17 00:18 게재일 2013-06-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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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몹시 좋아하면 객관적인 눈을 가지기는 힘들다. 김영진이란 젊은 화가이자 저자 또한 그러하다. 그가 쓴 `백석 평전`은 우연이자 운명적으로 내게 왔다. 인터넷서점에서 알게 된 전국구 독서친구들이 있다. 일명 오공주파인 우리 다섯은 비정기적으로 만나 우의를 다진다. 그 중 책 나누기 이벤트도 있는데, 이번 모임에서 내 손에 온 책 중에 가장 눈에 띤 게 이 책이었다.

일반적으로 평전이라면 객관성은 기본으로 깔린 채 저자 특유의 해설이 붙는데 이 책은 아무리 봐도 일방적 백석 헌사에 가깝다. 검증된 자료로 시인과 시를 분석을 한 게 아니라 주관적 감정적 판단으로 백석 시인을 높이는 데 주력하였다. 그런데도 저자의 노고와 진정성이 배어나와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다만, 책 제목처럼 평전이라 불리기는 뭣하고 백석에 관한 저자의 모든 관심 정도로 읽히면 무방하겠다.

젊은 화가이자 저자인 김영진은 어릴 적부터 병약해 5학년 때 학교를 중퇴했다. 그러던 그가 백석 시를 알게 되고 그 감동을 그림으로까지 표현하기에 이른다. 건강이 악화될수록 그에게는 죽기 전에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었다.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등의 내로라하는 화가들에게 영감을 준 근원을 아는 것이었다. 저자에게 그것은 다름 아닌 백석이었다. 당대 화가들에게 영감을 선사한 시인의 시를 읽고 또 읽어 심장과 영혼에 새겼다.

저자는 시인이 사용한 언어를 알게 되고, 시인의 삶을 유추하게 되고, 당시 시대 상황을 알게 되었다. 자연히 시는 저자의 몸과 마음에 체화되었다. 좋아하는 사람의 모든 것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은 어렵다. 사물이나 사람을 좋아하면 무작정 좋아하게 되는 것이지 그것을 분석하거나 따지는 건 고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이 책은 백석평전이란 제목은 붙이기 곤란하다. 가난하고 외로웠으나 높고 쓸쓸한 시인의 삶이 화가의 가슴에 들어가 한 편의 글이란 그림으로 완성된 것만으로도 저자는 뿌듯해 해도 좋으리라.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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