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함께 크는 요즘 아이들에게 그것은 가장 편리하고 재미난 장난감이다. 유치원생들에게조차 이보다 나은 놀이도구는 없다고 한다. 실제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보여주면 별로 흥미를 보이지 않는단다. 모든 게 클릭 한 방으로 해결되는 줄 아는 아이들에게 책은 먹기 싫은 떡이나 성가신 장난감 같은 게 되어가고 있단다. 예를 들어 토끼나 원숭이 그림이 나오면 아이들은 그걸 먼저 클릭부터 하고 본단다. 그래봤자 반응 없는 동물들이니 자연스레 책은 스마트폰보다 재미없는 것으로 밀려나게 된단다. 우스갯소리 같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문명의 이기만큼 미래 사회를 두렵게 하는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인형이나 장난감을 갖고 노는 아이들 눈동자는 초롱초롱하고 입말은 발달한다. 그에 비해 스마트폰에 익숙한 아이들은 특유의 호기심 어린 눈빛과 중얼거림이 덜하다. 스마트폰에 자주 노출된 아이들은 소위 말하는 `멍 때리는 표정`이 압도적으로 많단다. 외부의 자극에 적극 반응하거나 그것을 수용하려는 게 아니라 수동적 미온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첨단을 경험하게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정서적 감성적 사고 능력을 키워주는 일이다. 자극적 즉흥적 정보에 노출될수록 황폐한 가슴에 구멍이 뚫릴 여지도 높다. 오늘도 아이들은 스마트폰에다 눈길을 고정시키고 열심히 손가락으로 스마트폰 스크린을 터치한다. 클릭의 중독성과 더 친해지기 전에 아이들에게 진짜로 필요한 게 무엇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는 아침이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