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 측 관계자는 9일 “바리톤 우주호씨가 국립오페라단의 창작오페라 `처용`에서 사랑이 아닌 힘의 권력으로 인간의 본성을 유혹하는 갈등의 캐릭터인 역신역을 맡아 열연했다”고 말했다.
우씨는 지난 8, 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창작오페라 `처용`에서 역신(疫神·전염병을 옮기는 신) 역으로 등장했다. 그는 “창작오페라 `처용`은 국립오페라단이 삼국유사의 처용 설화를 소재로 초연 이후 26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린 작품으로 바그너의 유도동기(Leitmotif·주요 인물, 사물, 특정 감정을 상징하는 주제를 띤 음악구절) 기법으로 작곡된 혁신적인 현대오페라로 타락한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인간 세계로 온 하늘의 아들 처용을 통해 인간 구원의 문제를 다룬 훌륭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또 그는 “바그너풍의 웅장한 합창과 오케스트라가 작품 전체를 감싸고 배우들의 수려한 연기가 눈길을 끌었다”면서 “무엇보다 이번 오페라는 고전설화를 현대적으로 구현해 한국창작오페라의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표현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설화를 바탕으로 사치와 향락에 빠진 신라말기의 시대상을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현대사회에 투영, 향락과 번영 속에 공존하는 공허함을 한국적인 색채가 가미된 무대가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고 했다.
`처용`은 태평성대를 구가하던 통일신라 말 헌강왕(875-886) 시대를 배경으로 동해 용왕의 아들인 처용이 아내를 범한 역신 앞에서 자신이 지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춰 귀신을 물리쳤다는 내용이다.
이번 오페라에서 우씨가 맡은 역신은 괴테의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와 같이 사랑이 아닌 힘의 권력으로 인간의 본성을 유혹하는 갈등의 캐릭터로 활약했다.
우씨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제 나의 국제적 감각과 한국오페라정서를 잘 알고 있는 토대로 세계에서 한국오페라 한류문화를 이끌어 내고 싶다”고 했다. 또 그는 “올 연말쯤엔 고향에서 포항오페라단, 클래식문화제작소, 농어촌문화미래연구소와 공동으로 국내외 최대규모의 한국창작오페라축제를 열어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