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 대학에서 한 그의 연설문 요지는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가 인생의 전환점에 관한 것이다. 대학원생이었던 그의 생모는 대학을 나온 부부가 그를 입양하고 대학까지 교육시켜주기를 바랐다. 그의 양부모는 대학을 다니지 않은 사람들이었지만 스티브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오히려 대학을 자퇴한 것은 순전히 그의 의지였다. 일찍이 사업을 구상할 수 있었으니 인생의 전환점을 극적으로 잘 활용한 경우였다.
두 번째는 사랑과 상실에 관한 것이었다. 잘 알려졌다시피 그의 성격은 괴팍했다. 고집불통에 안하무인인 그는 주변과 불화했고 결국 그가 만든 회사인 애플사에서 공공연히 쫓겨났다. 인생의 방향을 잃어버린 참담한 시기였다. 하지만 기회를 위기로 삼아 다시 새로운 회사를 설립했고, 그의 주도하에 개발했던 기술 덕에 다시 애플사로 돌아갈 수 있었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고, 삶이 내 인생을 벽돌로 내리칠 때 기회는 온다. 그때 신념을 버리지 않고 일을 사랑할 수 있었기에 다시 설 수 있었다.
나머지 하나는 죽음에 관한 것이다. 암을 경험한 그로서는 매 순간마다 죽음에 대해 성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죽음을 기억한다는 것은 무엇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최고의 방법이다.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우리는 본능적 사명에 충실할 수 있다. 스탠퍼드에서의 그의 연설문 마지막 문장은 이랬다. 늘 배고프라, 늘 어리석어라.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꿈꾸고 이루려는 자, 다만 배고프고 어리석을 지어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