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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의 바나나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3-06-05 00:03 게재일 2013-06-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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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여러 문제에 부딪친다. 시간이 가도 상황이 해결되지 않을 땐 난감하기 그지없다. 그때 필요한 것이 통찰력이다. 통찰은 책을 많이 읽는다고, 좋은 사람을 만난다고, 경험이 다양하다고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순간의 영감처럼 탁, 하고 튀어오르는 것이다.

일회성 경험인 통찰학습에 대해 심리학자 쾰러는 침팬지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우리 밖에 바나나를 두고 침팬지 곁에는 막대기 하나를 비치했다. 침팬지는 바나나를 집으려고 손을 내밀어보지만 허사였다. 녀석에게 바나나는 너무 먼 당신이었다. 침팬지는 연구자를 향해 구원의 눈빛을 보냈다. 무심한 연구자가 도움을 줄 리 없다. 이윽고 침팬지는 옆에 있던 막대기를 발견하고 집어 들었다. 손으로 잡을 수 있을 거리까지 바나나를 막대기로 끌어 당겼다. 바나나를 손에 넣은 순간 침팬지는 천하를 얻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침팬지가 바나나를 잡을 수 있었던 건 시행착오의 결과물이 아니었다. 즉, 반복 학습이나 점진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지적 체험이 아니었다. 사태를 파악하는 눈과 문제를 해결하는 통찰을 어느 한 순간에 깨친 것이었다. 목욕하다 유레카를 외치며 부력의 원리를 발견한 아르키메데스나, 떨어지는 사과 앞에서 만유인력을 발견한 뉴턴도 이런 통찰의 순간을 설명하기에 가장 좋은 예가 될 것이다.

통찰은 온 우주와 대면하는 나만의 고유 방식이다. 사람마다 자신의 문제를 깨닫고 스스로 변화를 시도하는 한 지점이 있다. 자신의 심적 상태와 처한 상황에 따라 그 힘이 제대로 발휘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사물이나 사람을 많이 경험하고, 다양한 독서를 한다고 통찰이 깊어지는 건 아니다. 내 안을 찬찬히 들여다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내공이 쌓일 때 문제 해결의 직관이 생긴다. 한데 그 순간이 쉽게 포착되지 않기 때문에 저마다 고통스러워하는 것이다. 보이는 바나나를 앞에 두고 일희일비하는 것, 그것이 우리 삶의 본질이다. 그런데도 통찰의 눈썰미는 멀기만 하고.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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