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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는 지금 웹툰영화 `열풍`

연합뉴스 기자
등록일 2013-06-04 00:03 게재일 2013-06-0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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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위대하게"

모바일 세상을 강타한 웹툰의 인기가 충무로로 옮아 붙었다.

지난 2006년 인기 웹툰 작가 강풀의 `아파트`를 시작으로 웹툰의 영화화 바람이 분 데 이어 올해도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잇달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이 같은 웹툰 원작 영화들이 최근 침체한 한국 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무엇보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작품은 오는 5일 개봉 예정인 김수현 주연의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다. 원작인 훈(Hun) 작가의 동명 웹툰은 누적 조회수 2억5천만건을 기록한 화제작.

특히 남한 달동네 바보 임무를 맡은 북한 최정예 스파이 `원류환` 역에 웹툰 팬들의 `가상 캐스팅`에서 1위를 차지한 김수현이 캐스팅돼 더욱 기대를 모았다.

김수현은 동네 바보 동구와 최정예 요원 류환의 상반된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웹툰 속 원류환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살려냈다.

"미생"

지난 1월 연재를 시작해 현재 누적 조회수 4억건을 넘어선 인기 웹툰 `미생`은 모바일 영화로 재탄생했다. 아이돌 그룹 `제국의아이들` 임시완이 주인공 `장그래` 역을 맡은 영화는 웹툰에서 알려지지 않은 주인공의 과거 에피소드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다뤘다.

오는 5일 개봉하는 옴니버스 공포영화 `무서운 이야기2`의 `절벽`편은 웹툰 `절벽귀`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최근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 중인 김선아 주연의 영화 `더 파이브`는 동명의 웹툰 원작자인 정연식 작가가 직접 메가폰을 잡기도 했다.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는 영화 `미녀는 괴로워` 등을 제작한 리얼라이즈픽쳐스가 판권을 구입, `만추`의 김태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올해 말부터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밖에 웹툰 `스토커`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가 배우 서영희를 주연으로 캐스팅해 제작 중이며 `다이어터`, `살인자0난감`, `사이코스릴러엄마`, `목욕의신`, `미확인거주물체` 등도 영화화가 결정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끼"

아예 웹툰을 소재로 한 영화도 등장했다. 개봉을 앞둔 엄기준·이시영 주연의 `더 웹툰: 예고살인`은 인기 웹툰 공포 작가의 미공개 웹툰 내용과 똑같은 방식으로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처럼 웹툰이 충무로의 주요 `소스`가 된 것은 무엇보다 영화나 드라마, 소설을 능가하는 다양한 소재와 장르, 영화 스토리보드와 비슷한 웹툰의 특성 등 때문으로 보인다.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2일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지금 웹툰 작가들은 영상 시대에서 자라난 이들인 만큼 상당히 영화적으로 웹툰을 그리고 있다”면서 “시나리오를 문자로 보는 것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영상물이 구현될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영화로 만들어지는데 용이하다”고 말했다.

한 영화계 관계자도 “웹툰은 그림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내용에 접근하는 방법이 쉽다”며 “영화 제작도 비교적 빨리 진행될 수 있다”고 전했다.

화제가 된 웹툰의 경우 기존 팬층이 두터운 만큼 이미 대중성도 갖췄기 때문에 영화로 만들었을 때 어느 정도 수준의 흥행 성적을 거둘지 예측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강우석 감독의 `이끼`(2010)는 340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역대 웹툰 원작 영화 중 최고 흥행 성적을 거뒀다.

웹툰 작가 1세대인 강풀의 원작은 연재가 끝나기도 전에 판권이 팔리는 등 화제가 된 웹툰에 대한 영화계의 판권 구입 경쟁도 치열하다.

강풀의 원작은 `아파트`(2006)를 시작으로 `바보`(2008), `순정만화`(2008), `그대를 사랑합니다`(2011) 등이 꾸준히 영화화됐고 작년에는 `이웃사람`(243만명)과 `26년`(294만명)이 차례로 영화로 개봉돼 좋은 성적을 거뒀다.

과열 경쟁을 피해 아예 신인 작가의 판권을 미리 사 놓는 일도 있다.

하지만 이런 웹툰의 장점은 때로는 영화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미 시각적으로 구현된 웹툰 속 이미지를 스크린에 어떤 식으로 담아내느냐에 따라 영화의 완성도나 흥행이 갈리기 때문이다.

원 대표는 “웹툰은 연재되는 만큼 전체를 관통하는 맥을 짚어주는 것은 영화와 다르다”며 “웹툰이 가진 본질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이야기를 실어나르는 과정 등 원작을 다시 영화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원작을 영화로 만드는 과정에서 큰 흐름을 제외한 주변 스토리나 인물 묘사 등에 변화를 주는 것은 사실상 불가피하지만 자칫 웹툰 팬들의 비난과 함께 외면을 받는 경우도 많다.

강우석 감독이 `이끼`에 이어 두 번째로 웹툰을 영화화한 `전설의 주먹`의 경우 어두운 현실을 그린 원작과 달리 가족애를 중시했으나 150만 관객을 겨우 넘겼다.

웹툰 원작과의 비교는 `숙명`인 만큼 팬들의 높은 기대치는 여전히 부담이다.

유명 웹툰의 경우 이미 결론까지 노출된 상태이기 때문에 영화적 재미가 반감될 수 있다는 점 등도 웹툰 원작 영화의 한계로 지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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