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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 꼭 봐야할 영화 만들고파”

연합뉴스 기자
등록일 2013-05-31 00:32 게재일 2013-05-3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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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장편 `마이 라띠마` 내달 6일 선보이는 감독 유지태
“감독 유지태의 목표요?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영화 1천편` 안에 드는 영화를 만드는 겁니다. (웃음)”

첫 장편 영화 연출작인 `마이 라띠마`(6월6일 개봉)를 통해 배우에서 감독으로 거듭난 유지태<사진>를 29일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만났다.

그동안 수차례 단편 영화를 연출하긴 했지만 장편 영화로 카메라 앞이 아닌 뒤에 선 모습으로 관객과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 제작에만 신경 썼지 개봉이라는 이미지를 그려본 적이 없었어요. 두근대고 감격스럽죠. (배우 데뷔작인) `바이 준` 때 기억이 나더라고요. 당시 관객 반응은 싸늘했고 공허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유지태는 “이번에는 배우나 스태프가 공허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영화 시사회를 마친 뒤 열린 간담회에서도 세심하게 배우들을 챙기며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데뷔 초 `모델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면 이번에는 `배우 출신 감독`이라는 편견을 극복해야 할 과제가 생겼다. 아무래도 다른 신인 감독에 비해 투자 등에 있어 유리할 것이라는 시선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오히려 역차별을 겪어요. `우리가 왜 돈 많은 유지태에게 돈을 지원해야 해? 알아서 하라 그래`라는 식이어서 투자받기 불편한 부분이 있었죠. 다양성 펀드도 인맥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서 비집고 들어가기 어렵더라고요. 펀딩 약속을 받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다른 감독에게 가 있는 경우도 있었어요.”

`마이 라띠마`는 한국인과 국제 결혼한 태국 여성 `마이 라띠마`(박지수 분)와 일자리도, 돈도 없는 `수영`(배수빈)의 얘기를 그리고 있다.

15년 전 처음 구상할 때는 이주여성이 아닌 어촌 마을 아이들의 얘기였단다.

“아이들의 좁은 어깨가 세상에 맞서면서 점점 넓어지고 어른이 되고자 치열하게 싸우면서 이겨내는 모습을 그려내고 싶었어요. 진짜 어른이 되는 성장 영화요.”

하지만 시나리오는 수년에 걸친 수정 끝에 결국 이주여성에게 초점을 맞췄다. 왜 하필 이주여성이었을까.

“지금은 장이머우 감독의 `책상 서랍 속의 동화` 같은 정서를 느낄만한 한국의 아이들이 없어요. 다들 인터넷을 하고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죠. 이런 성장 영화는 못 만들겠구나 하는 생각에 다시 왜 내가 영화를 만들고 싶은가를 고민했습니다.”

원점으로 돌아간 그는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된 사람들이 삶에 적응해가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이슈가 이주민이라는 생각에 8년 전부터 관심을 두고 이주민을 다룬 영화나 다큐멘터리, 소설 등을 찾아봤다. 이주여성센터에 가서 인터뷰도 했다.

영화는 이주 여성, 주민등록 말소자, 노숙자, 호스트 등 다양한 군상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낸다.

“잠시 삐끗하면 우리가 맞이할 수 있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영화인 중에도 채무에 시달려서 주민등록을 말소시켜서 주민등록이 없는 사람도 있어요. 우리가 한순간의 판단을 잘못하면 충분히 맞이할 수 있는 현실인 거죠.”

영화는 `열린 결말`로 끝난다.

“제가 어릴 때 바다를 보면서 위안을 얻은 만큼 사람들에게 위로를 해주고 싶었어요. 암울했지만 자기 정체성을 찾은 라띠마가 한국에서 자기 삶을 찾은 것을 이미지로 보여주고 관객에게 자기 인생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었습니다.”

유지태는 인터뷰 내내 자신감이 넘쳤다. 예산도 부족하고 40년 만에 온 추위로 쉽지 않은 촬영이었지만 결과물에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가장 공들인 장면을 묻자 `스태디 캠`으로 호스트바에서 수영의 모습을 담은 장면을 설명하며 “너무 기가 막히게 나와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고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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