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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는 따뜻하다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3-05-31 00:33 게재일 2013-05-3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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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에서 방영한 한 편의 심야 영화를 보고 남편은 감동을 받았단다. 다른 일을 하느라 영화를 함께 보지 못했는데 꼭 챙겨서 보란다. 대충 들어보니 나도 충분히 좋아할 영화였다. 우연히 다른 친구가 또 그런 말을 한다. 일본 영화`굿바이`는 아끼는 영화 목록 중에서도 최고에 끼우고 싶다고. 그 영화 덕에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길을 스스로 단장해서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단다. 가까운 사람 두 명이 동시에 추천하니 미룰 수가 없었다. 도서관에서 가서 당장 디브이디를 빌려왔다.

잘 나가던 첼리스트 다이고는 악단 해체로 실직을 한다. 백수가 뭘 가리겠는가. 연령 무관, 전공 불문, 고수익 보장이라는 여행 가이드 구인광고를 발견하고 면접을 본다. 바로 합격이다. 하지만 인생사 쉬울 리 없다. 여행사인줄 알았던 회사는 `납관`일 즉, 시신을 염하는 곳이다. 고상한 첼리스트에서 초보 납관 도우미가 된 그에게 모든 것은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거북하면서도 묘한 이 일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선배 납관사 이쿠에이의 정성 깃든 태도가 찡한 울림을 선사했던 것.

첼로를 만지던 손과 시신을 만지던 손이 어찌 같을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끝내 그 두 손은 같은 손이 된다. 이 숭고한 손으로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누구의 몸을 염습하는지를 지켜보는 순간, 누구나 그만 감정선을 놓치고 퍼질러 울게 된다. 모든 영화가 스케일이 크거나 반전이 있거나 눈요기를 담보할 필요는 없다. 확실히 좋은 영화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먼저 파고든다.

누군가 좋다고 권한 영화가 내게 와서도 똑 같이 좋은 느낌을 줄 때는 이 역시 로또를 맞은 기분이다. 착한 영화, 따뜻한 영화, 여운이 오래 남는 영화 이런 것들이 대중 영화에 밀려 덜 관심 받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마니아 층이 있겠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 죽음과 가족과 눈물과 애증과 사랑에 대한 수많은 단상이 가슴으로 퍼지는 것을 원하는 자에게 썩 어울리는 영화이니까.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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