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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간다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3-05-29 00:08 게재일 2013-05-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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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미녀들이 출연해 수다를 떠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 나라의 문화와 생활을 알 수 있고, 우리나라에서 그들이 겪는 애환 등에 공감할 수 있어서 재미있게 봤었다. 다양한 에피소드를 접하면서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는 게 그나마 문화충돌을 최소화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 중 아직도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다. 일본 출연자가 나와 식사예법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한일 양국의 식사법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밥그릇과 국그릇을 밥상에 고정시켜 놓고 숟가락과 젓가락을 이용해 내용물을 입까기 운반한다. 한데 일본은 그것들을 손에 받쳐 들고 식사를 한다는 것이었다. 숟가락을 잘 쓰지 않는 일본 문화이다 보니 밥알을 흘리지 않으려면 밥그릇을 입 가까이 들어야 하고, 국도 그릇째 들고 마실 수밖에 없다.

밥상문화에 대한 한일 간의 차이를 생각해본 적이 없던 나는 그저 흥미롭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한데 이어지는 말에 몹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일본에서는 밥상에 밥그릇을 붙이고 먹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데 개나 그렇게 한다고 생각한다는 요지였다. 묘하게 울컥했다. 아무리 양보해도 내 쪽에서는 숭고한 밥그릇을 손아귀에 움켜쥐고 먹는 방식이 더 야만으로 보이는데 그쪽에서는 밥상에 밥그릇을 붙이고 먹는 쪽이 더 야만으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문화의 다양성에 관한 좋은 예라 하겠다.

어느 한쪽에 길들여지면 다른 쪽보다는 내 것이 옳거나 더 나은 방식이라고 믿거나 우기게도 되는 게 문화의 속성이다. 각설하고, 요즘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의 식사 장면을 보면 밥그릇을 들고 먹는 젊은층이 제법 보인다. 짱구 만화나 일본 드라마 등의 영향으로 일본 밥상 문화가 무의식적으로 전파된 영향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무턱대고 우리 것만 좋은 것이라고 고집하는 쪽은 아닌데도 받아들이기에 살짝 버겁다. 변화는 빠르고 그 속에서 누군가는 미세한 혼란을 느끼는 것, 그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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