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향 내달 7일 문예회관서 초연… 곽승 지휘·첼리스트 유대연 협연
일생 세간의 호평과 혹평 사이를 줄타기 하듯 살았던 독일 후기 낭만파의 거장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그는 이 같은 운명에 반기를 들듯 자전적 교향시 `영웅의 생애`로 자신의 작품을 혹평하던 이들을 물리치고 스스로 영웅이 돼 그의 음악인생을 망라해 보였다. 웅장한 선율로 좌중을 압도하며 관현악의 극치를 보여준 이 대작은 오는 6월7일 오후 7시30분 대구시향 제397회 정기연주회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를 통해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 무대에서 펼쳐진다.
이날 공연은 대구시향 곽승 상임지휘자의 긴장감 넘치는 해석과 웅장한 지휘로 진행된다. 또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를 위해서 총 103명의 오케스트라 연주자가 함께 한다. 널리 알려진 명곡임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대 편성에 45여분에 달하는 긴 연주시간, 같은 파트 내에서도 여러 갈래로 음악이 나눠지는 복잡한 진행 등으로 연주가 쉽지 않아 대구에서는 초연이다.
뛰어난 작곡가이자 지휘자였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20대 후반 들어서 문학 작품들을 주제로 한 다양한 교향시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바그너, 쇼펜하우어 등의 영향 때문이었는데 그러다 34세에 이르러 자신의 인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교향시 `영웅의 생애`를 완성했다. 겉으로는 한 영웅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리고 있지만 사실 이 작품에서 말하는 영웅은 슈트라우스 자신이었다.
이 곡은 단일 악장 형식인데도 그 안에 `영웅`, `영웅의 적`, `영웅의 반려`, `영웅의 전장`, `영웅의 업적`, `영웅의 은퇴와 완성` 등 총 여섯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제목으로 알 수 있듯 작곡자가 전하려는 주제는 음악으로 표현된 표제음악이기도 하다. 여기서 `영웅의 적`은 슈트라우스의 작품을 폄하하던 비평가와 음악 동료들을 상징하며 `영웅의 반려`는 슈트라우스의 아내를 이른다.
특히 제5부에 해당하는 `영웅의 업적`에서는 영웅, 다시 말해 슈트라우스가 자신의 업적을 되새겨보는 부분이다. 따라서 슈트라우스 작품들의 주요 주제가 단편적으로 등장하는데 이 주제들은 메들리처럼 얽히면서 제5부의 커다란 주선율을 이룬다. 여기서 등장하는 슈트라우스의 작품으로는 교향시 `돈 키호테`, `돈 후안`, `맥베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이다.
슈트라우스는 화려한 화성과 직설적이면서도 정교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여러 대상을 놀랍도록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극적 흥분이 감도는 한편 행복을 찬미하는 아름다운 선율도 조화롭게 펼쳐진다. 또 모든 파트의 악기들이 골고루 매력을 발산하고 있어서 오케스트라 연주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이 작품의 큰 장점이다.
한편, 이날 공연의 전반부에서는 대구시향 첼로 수석 유대연의 협연으로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을 연주한다. 첼로 협주곡의 `제왕`으로 불리는 이 곡은 체코 출신의 드보르작이 뉴욕 음악원 초대원장으로 초청받아 미국에 체류하던 시절에 만든 것이다. 이 때 드보르작은 고향 보헤미아에 대한 그리움을 교향곡 제9번`신세계로부터`, 현악 4중주 `아메리카`와 같은 음악의 창작으로 달랬다. 드보르작은 보헤미아의 전통 리듬과 선율에 미국 흑인 영가나 인디언 민요 등을 결합시켜 그만의 독특한 개성을 드러냈다. 망향의 노래라서 애조 띤 선율이 인상적이며 우리의 민요 가락과도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첼리스트 유대연은 연세대 음대 재학 중 한국음협 주최 해외파견 콩쿠르에서 1위를 하며 본격적인 연주 활동을 시작했다. 졸업 후 영국으로 유학, 왕립 음악대학에서 재클린 뒤프레의 스승이기도한 윌리엄 플리스를 사사하며 연주자과정을 졸업했고, 영국 안나 셔틀워스 첼로 프라이즈에서 무반주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클라겐푸르트 음악원 수료 후 미국 템플대에서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부산시향 첼로 수석, 인제대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대구시립교향악단 첼로 수석, 유니슨 스트링 콰르텟 첼로 주자로 활동 중이다.
입장료 A석 1만5천원, B석 1만원이며 초등~대학생 학생증 지참자는 A석 8천원, B석 5천원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