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포털 사이트에 연재되는 미생은 어린나이부터 프로 바둑기사를 꿈꿨지만 실패하고 평범한 인턴사원이 된 `장그래`의 직장 생활을 둘러싼 이야기이다. 바둑에 빗댄 에피소드이지만 고수가 등장해 직장인의 처세에 대해 훈계하거나 세상을 향해 단순 일갈하는 내용은 아니다. 좋은 어른의 가치, 개별자의 존귀함, 나아가 공감의 소중함에 대한 메시지로 읽힌다.
완전한 삶을 향해`아직 덜 살아있는` 나를 깨쳐가는`미생`에 왜 사람들은 열광할까. 캐릭터에 대한 독자의 이해가 가장 큰 이유라고 작가 윤태호는 말한다. 누군가의 싸움 현장이 창밖으로 보이면 호기심에 구경할 순 있다. 나와 무관한 일이니까. 하지만 그 싸움의 대상이 내가 아끼는 사람인데다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다면? 본능적으로 사건 현장으로 뛰쳐나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품게 되는 불안과 공포가 곧 만화의 캐릭터가 되는데 독자들이 장면마다 스며드는 이유는 그것이 곧 내 마음이기 때문이다.
`살아있네`라고 독자가 느끼는 건 플롯 때문이 아니라 캐릭터 때문이다. 캐릭터에 관심을 가지면 주변이 보이고 만물 안에 든 내 모습도 보인다. 작가는 신출내기 직장인 장그래를 통해 그 의미를 부여한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바둑이 있다고. 가르치지 않는데 배움이 있고 훈계하지 않는데 깨달음이 있고, 각 인물의 미세한 인과관계까지 독자와 호흡하려는 그 캐릭터 때문에 사람들은`미생`을 지지한다. 곧 영화도 개봉한다니 설렘만으로도 족하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