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은은 하루라도 관심을 끌지 못하면 배알이 꼴리는 스타일이다. 핵 카드와 로켓포 발사로 세계의 정세가 자신에게 멀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며, 위협적이고 폭력적인 언사로 주변국을 긴장으로 몰아넣는 몽니부리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불안을 조장하는 이슈를 담보로 그의 인민을 통제하고 길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강대국으로부터 관심이 멀어지는 것이야말로 곧 그의 치욕을 의미한다.
이번 한미동맹 60주년 정상회담에서도 김정은은 자신이 큰 관심거리로 부각될 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보도에 의하면 그 시간 미국은 한반도의 긴장 상태보다는 시리아 사태에 더 집중한 걸로 되어 있다. 실무책임자 존 케리 국무장관은 시리아 사태를 논의한다는 핑계로 러시아로 날아가 버렸다. 이스라엘에 저항해야 한다는 아랍권의 대동단결이 그들에겐 더 큰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에서도 온전히 한반도 문제에 그 질문이 할당된 게 아니라 시리아 사태와 미군 내부의 성폭행 문제도 언급될 정도였다. 우리로서는 불쾌하기 짝이 없지만 그게 엄연한 현실이다.
대통령의 방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관계는 신뢰의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군사동맹을 넘어 경제, 국제협력 등 21세기형 글로벌동맹으로 발전했다고 청와대는 자체 평가한다. 이런 말들이 공허하게 들리는 건 한쪽만의 일방적 메아리이기 때문이다. 강자는 약자에게 무심하고 그것이 상처인지조차 모르는 한쪽이 자화자찬하는 사이, 관심을 빼앗긴 김정은은 소위 열을 받았나 보다. 사흘 연속 동해로 미사일을 쏘아대며 제 몽니를 뉴스 한 줄로라도 장식하고 싶어 하니 말이다. 이래저래 관심은 약자가 강자에게 바라는 생존 본능이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