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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영어로 쓴다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3-05-20 00:10 게재일 2013-05-2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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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서 풍기는 뉘앙스 때문에 국적을 오해 받는 작가들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예가 `알랭 드 보통`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읽히는 작가군 중의 하나인 그는 스위스 출신 영국 작가이다. 비록 프랑스 정부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긴 했지만 그것이 그가 프랑스 작가라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

이름 자체가 워낙 프랑스식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독자들은 그가 프랑스인이라고 착각한다. 꽤 알려진 서평가조차도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들 중 하나로 알랭 드 보통을 꼽았는데, 부주의하게도 시종일관 그를 프랑스 작가로 믿고 있었다. 심지어 `프랑스 작가의 문학적 토대는 철학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점을 또 한 번 확인한 셈`이라며 알랭 드 보통을 알게 된 후 다시 프랑스 작가에게 열광하기 시작했다고 실언할 정도이다.

작가의 국적에 대해 말하려는 게 아니다. 작가의 국적과 언어는 떼려야 뗄 수 없다. 프랑스인이면 프랑스어로 작품을 발표할 것이고, 영국인이면 영어로 작품을 발표한 가능성이 높다. 영어로 쓰인 작품과 프랑스어로 쓰인 작품은 각기 그 글맛이 다르다. 따라서 이름에서 풍기는 어조만으로 한 작가의 출신과 쓰는 언어를 단정해버리면 독서할 때 편견이 생길 수 있다. 영국 작가인 알랭 드 보통이 영어로 글을 쓰는 건 자연스럽다.

남녀의 심리를 이해하고, 사물에게 의미를 부여해 대중성을 획득한 그의 작가적 취향은 프랑스식이 아니라 영국식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한 작가가 어떤 언어로 글을 쓰는가는 섬세한 책 읽기의 필수 정보가 되어준다. 취리히 출신으로 옥스퍼드와 하버드에서 학문한 런던 시민 알랭 드 보통. 그가 프랑스 사람인 것처럼 독자들에게 어필되는 건 득일까 실일까. 그만의 고유 문학적 정체성과 실체가 왜곡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한 작가의 국적은 그가 어떤 언어로 작품 활동을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정보가 될 수 있다. 보통 글에 열광하는 독자들아, 그는 프랑스어가 아닌 영어로 쓰는 영국작가란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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