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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란 단어 쓰지 말자

등록일 2013-04-30 00:34 게재일 2013-04-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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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지방정부, 지방공무원, 지방대학, 지방신문…. 지방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무척 익숙한 단어이다. 서울이라는 중앙에 대응하는 단어로서의 지방은 그 본래의 의미는 잘못된 건 아니다. 그러나 필자는 개인적으로 `지방`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지방이란 단어는 한국에서 중앙에 대한 대등한 개념이 아닌, 열등의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것이 `지방대`란 단어다. 정부가 연구비 지원을 할때는 몇 개의 지방에 있는 우수대학은 지방에 있으면서도 지방대학이 아닌것으로 분류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교수들이 유학 후 귀국해 국내학회에 참석했을 때 가장 당황하는 것은 지회(支會)라는 단어의 해석이다. 오래전 어떤 학회에서 영남지회를 만들라는 권유에 필자가 질문했다. “지회란 중앙에 대한 지점(branch)의 개념인가요? 아니면 각 지역이 동등한 자격을 갖는 지역학회(chapter)의 개념 인가요?” 나의 이런 질문에 학회장은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리고 마지못한 말투로 “후자로 해석해달라”고 대답했다. 필자는 연이어 “그럼 서울지회도 있나요?”로 물었고, 그순간 좌중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후자로 해석한다면 당연히 서울지회도 있어야 하지만 서울지회라는 말은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반면 미국은 학회가 결성되면 전 지역을 모두 평등하게 나누어 지회를 설치한다. 각 지회는 동등한 자격을 갖는다.

TV의 교통정보와 기상예보도 문제가 있다. 전국 방송들은 전국의 시청자가 보는 아침뉴스 시간에 “지금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라며 한강대교를 보여주거나, 서울의 교통상황을 장시간 설명하곤 해 비가 내리지도 않고 한강대교와 상관도 없는 포항에서 TV를 보는 필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고교생 입학설명회에 가면 학부모들의 질문 중의 하나가 바로 지방에 위치한 대학의 장·단점이다. 필자의 대답은 한결같다. 세계지도를 들여다 보면 한반도는 하나의 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한 점에서 점 왼쪽에 있으면 어떻고, 점의 오른쪽에 있으면 어떤가? 우리는 한국의 어느 지역에 위치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두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 학부모가 “포스텍이 서울에 만들어 졌으면 더 좋았을걸…”하는 말을 듣고 오히려 포스텍의 진정한 가치는 포항같은 중소 도시에 만들어 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중소 도시의 상대적으로 번거롭지 않고 쾌적한 삶의 환경이 학생들의 학업과 교수들의 연구에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중앙 대 지방의 개념은 한국의 균형발전에 큰 저해를 가져오고 있다. 중앙은 서울이고, 다른 지역은 지방이라는 우열의 개념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한국에서 정부기관, 대기업의 본사, 유명한 대학 등이 모두 서울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세계화 시대에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한국은 더 이상 서울과 지방으로 나눠져야 할 필요가 없는 나라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차를 몰고가면 거의 공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전 국토에 걸쳐 사람들이 퍼져 살고 있다. 그만큼 좁은 나라다. 좁은 나라의 미래의 번영은 세계화에 있다.

세계화의 전제하에서 각 지역은 각 지역에 대한 강한 긍지를 가지고 지역별 특성을 강조하고, 자부심을 가지는 삶이 중요하다. 그리고 각 지역은 세계로 약진해야 한다. 정부도 이러한 제도적 장치와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지방정부가 아닌 지역 정부도 이러한 역할과 사명을 인식해야 한다.

돌이켜 보면, 필자의 24년 포항의 삶은 행복했다. 포항은 어떤 외국인이 말했듯이 `영화세트장`같은 정겨움이 있다. 바다가 보이고 산과 들, 형산강의 낭만이 있다. 제철산업이 있고, 나라를 지키는 군사기지도 있고, 또 최첨단의 연구시설과 교육이 있는 곳이다. 필자가 포항에 대해 자긍심을 갖듯이 한국의 모든 다른 지역주민들도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방이란 단어를 우린 더이상 쓰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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