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내달 `봄, 종로에서` 공연 개최<br>10년 만에 직접 작업한 신곡도 선보여
그룹 동물원<사진>의 유준열은 인터뷰 장소에서 우연히 포크 가수 추가열을 만났다. 추가열이 어린 시절 화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며 한 전시회에 참여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하고 싶은 건 해야 돼. 아님 병 된다.”
올해로 25주년을 맞은 동물원 멤버들(박기영, 유준열, 배영길)도 각자의 직업이 있지만 “하고 싶은 음악은 꼭 하겠다”는 의지로 동물원을 지켰다.
이들은 명맥을 이어온 시간을 팬들과 자축하기 위해 다음 달 16~26일 종로 2가의 복합 문화공간 반줄(Banjul)에서 `봄(春), 종로에서`라는 제목으로 공연을 펼친다.
최근 서울 을지로에서 인터뷰한 동물원은 25주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워했다.
“4반세기라고 꾸며 말할 수는 있겠지만 차라리 `실버 웨딩`이라고 표현하는 쪽이…. 하하하. 특별한 감회보다 아마 음악 못했으면 진짜 병 됐을 겁니다. 틀림없이 이상한 술집에서 마이크 안 놓고 노래하고 있을 거에요. 건강하게 음악 할 수 있는 것만 해도 축복이죠.”(유준열)
세 멤버는 이 시간을 무척 자연스럽게 흘려보낸 듯했다. 내일이 없는 부나방처럼 음악으로 날아들지 않았기에, 삶이 송두리째 음악에 함몰되지 않았기에 지금도 같은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유준열은 “우린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음악이 삶 자체가 되고 싶지 않았다”며 “음악과 거리를 두자는 게 우리 생각이었는데 그랬기에 오래 같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기영도 “삶이 음악보다 더 포괄적”이라며 “음악은 내 삶을 풍요롭게 하고 다른 이들의 삶과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다. 그렇지 않으면 내 삶이 너무 힘들었을 것 같다”고 거들었다.
동물원은 남들 공부할 때 음악이 좋았던 일곱 청춘(故김광석·유준열·김창기·박기영·박경찬·이성우·최형규)이 모여 곡을 쓰고 함께 연주하고 노래하며 시작됐다.
1988년 1집 `거리에서`를 시작으로 2집까지 멤버 전원이 참여했지만 3집부터는 솔로 앨범 준비, 입대, 취직 등 개인사를 이유로 자연스럽게 `들락날락`을 반복했다. 노래패 노래를찾는사람들 출신인 배영길은 6집부터 정식 멤버로 합류했고 지금의 3인조로 활동한 건 2001년 8집부터다.
2003년 9집 `동물원의 아홉번째 발자국` 이후 10년 만에 신곡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미있는 건 각자 만들어둔 곡 중 어떤 노래를 골라 들려줄지 결정하지 못했다는 것.
박기영은 “뮤지컬 `완득이`의 음악 감독을 맡았을 때 만든 주인공 테마곡 `햇살 1g`이 있다”고, 유준열은 “곡을 틈틈이 쓰는데 `안구 건조증`이란 노래가 있다”고, 배영길은 “영화 시나리오 세 편을 탈고하면서 이 안에 들어갈 음악을 만들어 둔 게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