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은 여자와 사는 내 남편이 불쌍해요. 전 쓸 데 없고, 무능한 여자예요. 전 남편의 인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어요. 제가 그를 떠나주면 그는 자유로워질 거예요. 저 때문에 못했던 일들을 맘껏 할 수 있고 자유롭게 자신의 인생을 펼쳐나가게 되겠죠.`
프로이트는 위의 예를 들어 만약 자기 비난이 지나칠 경우, 사실 그것은 남편에 대한 비난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나 자신에 대한 불만족과 비난은 곧 타자에 대해서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자책하는 건 상대에 대한 비난이 방향만 바뀌어 내 안으로 되돌아오게 하는 것과 같다. 프로이트의 이런 분석은 어느 정도 타당하다. 스스로에 대한 불만족이 있는 사람이 아무리 타인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한다 해도 섬세한 시각으로 보면 그건 공허한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건전한 정신 건강을 위해선 부족한 자아를 다독여, 이만하면 괜찮다고 후한 점수를 줄 필요가 있다. 스스로에 대해 대책 없이 만족할 필요는 없지만 그 불만족을 자랑처럼 떠벌일 이유도 없다. 피폐해진 영혼은 죄 없는 타자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마가릿 대처 여사는 아버지가 해준 다음과 같은 말을 맘에 새겼다. `생각을 조심해라, 말이 된다. 말을 조심해라, 행동이 된다. 행동을 조심해라, 습관이 된다. 습관을 조심해라, 성격이 된다. 성격을 조심해라, 운명이 된다. 우리는 생각하는 대로 된다.`
내 생각과 말과 행동은 곧 나의 자화상이다. 내 안에 녹아든 모든 것들이 기왕이면 스스로에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들이기를 바란다. 이제부터라도 긍정의 제스처가 아닌 실제 긍정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우리는 생각하는 대로 되니까.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