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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다스리기

등록일 2013-04-19 00:22 게재일 2013-04-1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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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희정 문화부장

우리 삶은 왜 불안정하고 고통스러울까? 작가 알랭 드 보통은 `불안`이란 책에서 “우리의 삶은 불안을 떨쳐내고, 새로운 불안을 맞아들이고, 또다시 그것을 떨쳐내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불안은 현대인에게 일상적인 것이랄 수 있다. 얼마 전에 만난 한 지인은 아동과 여성을 상대로 한 추악한 범죄는 끊이지 않지만 우리를 지켜줄 공권력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회 안전망 자체를 성토하기도 했다. 그러고는 정치적 사안들이 개인의 불안을 더욱 부추기는 면이 없잖아 있다며 정치 지도자들의 국민 안위에 대한 정치력을 강하게 요구했다.

`불안`은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치며 살아가고 있다. 알랭 드 보통의 말대로 우리의 삶은 불안을 떨쳐내고, 새로운 불안을 맞아들이고, 또 다시 그것을 떨쳐내는 과정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알랭 드 보통은 그 불안이 생기는 원인을 총 다섯 가지로 분류한다.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이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2천여 년의 역사를 지탱해온 철학, 문학, 종교, 예술 등 방대한 자료를 훑으며 경제적 능력과 연관된 사회적 지위로 인한 불안이 삶의 처음과 끝을 파고든다고 말한다. 개개인은 모두 불안을 느끼며 산다. 그렇다고 공포증이나 강박증이 모두 병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회적 불안은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적 불안에 대해 “개인마다 나름의 불안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요즘은 경제·사회·정치적 불안이 개인 불안을 가중시킨다. 또 부자나 가난한 사람, 학력이 높거나 낮은 것과 상관없이 억울한 심리를 갖는데, 이 억울 심리가 불안과 맞물려 증폭되는 양상을 보인다”고 진단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사회적 불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전해주어야 한다. 아울러 개인도 나름대로 불안에 대한 해소책을 강구해야 한다. 자신이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다. 작은 불안을 버려두었다가는 불안장애라는 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사람이 늘어나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랭 드 보통의 책 `불안`은 2005년 발간돼 지금까지 출판사를 바꿔가며 20만부 이상 팔렸다. 그만큼 불안에 대한 관심이 높다. 과거에는 가난을 고민할 필요도,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었지만, 능력주의 시대가 되면서 성공을 거두지 못한 사람들은 가난을 불안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알랭 드 보통은 이 책에서 불안을 달래는 해법으로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안을 들었다. 불안의 실체를 철학적으로 인식하고 논리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한다. 또 예술과 예술 작품을 통해 그러한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알랭 드 보통의 주장대로라면 우리는 각자 자신의 불안을 줄이기 위해 내면의 호소에 더 구체적으로 귀 기울이고 불안 자체를 직시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즉 수학 공식처럼 해답을 명확히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걱정`을 뜻하는 `worry`의 어원은 `목을 조르다` 이다. 우리를 무력하게 만드는 것은 불행이나 역경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쓸 데 없는 걱정이다. 이럴 때 일수록 한 발 물러나서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오는 23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의 날`이다. 명심보감에서 `지극한 즐거움 가운데 책을 읽는 것만 한 것이 없다(至 莫如讀書)`고 했다. 옛 선비들이 `서중자유천종록(書中自有千鍾祿)`,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문장들을 배우며 책을 읽는 일이 가장 가치있다고 믿고, 독서를 즐겼듯 독서에 심신을 기대어 볼 일이다. 그 시간만은 여전히 삶의 길과 의미를 발견하게 하는 값진 순간이리라. 나의 정체성을 바로 알고, 죽을 때 까지 평화를 잃지 않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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