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열하일기를 웃음과 역설이 그치지 않는 한 판의 마당놀이 같은 것으로 보았다. 유목, 리좀, 클리나멘, 재영토화 등의 서양 철학 개념을 열하일기와 접목해 알기 쉽게 풀어놓는다. 말하자면 저자는 현대 철학이론으로 근대의 매력남이었던 박지원을 만나게 해준다. 열하일기 광팬인 저자는 연암의 빛나는 유머와 뜨거운 패러독스를 어떻게 하면 널리 알릴 수 있을까만 고민한 것 같다. 그 고민의 산물로 작가는 고전 평론가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저자는 연암의 사유를 경쾌하면서도 깊게 중첩시킨다. 연암의 기질과 세계관, 문체반정의 의미, 연암의 호기심, 연암의 유머 코드, 연암의 철학적 사유 등을 차례로 언급한다. 부록의 재미도 지나칠 수 없는데 연암의 일정을 지도로 간략하게 보여주고, 열하일기의 등장인물을 코믹하게 소개하는 `캐리커처`도 싣고 있다. 곳곳에 배치된 웃음과 역설 때문에 틀에 박힌 여행기가 아니라 통쾌한 여행기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수행원인 하인 장복과 창대 두 커플이 보여주는 순진한 기행, 주변 지식인들에 대한 조롱, 중국 현지인들과 나눈 우정의 필담 등을 통해 당대 주류 담론에 대한 일침을 가한다. 웃음과 도전이 넘쳐나는 한 자유인의 유쾌한 행보를 상상하며 작가 고미숙은 박지원의 광팬이 되었을 것이다. 시절이 하 수상한 요즘이야말로 유쾌한 웃음과 역설이 필요한 때이다. 더디게 변하던 조선 양반 사회에서 시대를 앞서 자유롭게 살다간 한 지식인의 발자취를 안내 받고 싶으면 고미숙의 이 열하일기 입문서를 권하고 싶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