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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보는 자세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3-04-10 00:18 게재일 2013-04-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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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아픔이나 고통이 언제나 연민이나 배려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 그것은 유흥거리로 전락해 이미지 조작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전쟁터의 육체적 고통이 가십거리가 되고, 이데올로기의 도구로 이용될 수 있음을 수잔 손택은 `타인의 고통`을 통해 경고한다. 구경꾼으로 전락한 우리는 타인의 시련과 고통이 담긴 피사체를 유희나 호기심의 대상으로 본다. 왜냐면 그것들은 나와 먼, 한 편의 영화 같은 볼거리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녀는 인간 고통의 대표적 현장인 전쟁의 불필요성을 강조한다.

인류는 전쟁의 역사였다. 그것은 남성성의 욕망 속에 전쟁이 잠재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손택은 보고 있다. 전쟁의 참사 현장을 찍은 어떤 사진들은 사실성을 보여줄지는 모르지만 진실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타인의 고통마저도 소비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극적 전쟁 이미지들은 관음증적인 소비 주체자들의 구미를 끌어당긴다.

로버트 카파 같은 유명 전쟁 종군 기자도 사진 이미지를 조작한다. `사진 없는 전쟁, 즉 저 뛰어난 전쟁의 미학을 갖추지 않은 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손택은 말한다. 전쟁터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 특히 아군의 육체적 고통을 포착하는 것이야말로 이데올로기의 강화에 한몫한다. 갈기갈기 찢기고, 피 흘리는 피사체가 내 편이라면 분노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인지상정의 정서를 이용하는 쪽은 다름 아닌 집권자들이다. 국민들의 순수한 분노야말로 집권 이데올로기적 연대에 큰 보탬이 된다. 이런 순수한 분노야말로 무지하고 천박한 것임을 손택은 통찰한다.

고통 받는 육체가 찍힌 사진을 보려는 단순 욕망이 영혼을 갉아 먹는 동안, 우리는 전쟁 참상의 심각성을 놓쳐버리게 된다. 모든 전쟁은 모든 고통을 양산할 뿐이다. 세상 갈등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와 소통을 모색해나가려는 시도야말로 타인의 고통을 줄이는 방법이다. 전쟁은 불가피한 게 아니라, 어떤 이유에서든 불필요하다고 수잔은 낮은 목소리로 역설한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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