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인가 싶어 얼른 문을 열었다. 양해 구하는 문자를 받은 친구들이 들이닥친다. 문병이란 건 핑계였다. 얼마나 재바른 손인지 그 바쁜 아침 시간에 이것저것 챙겨서 공부하러 가는 길에 부려놓는다. 차 한 잔 하고 가라는 말을 할 틈도 주지 않고 금세 사라진다. 곰국, 미역국, 레몬차, 복숭아효소, 물김치 등 아픈 사람 기운 돋게 하는 먹거리 앞에서 울컥하다 못해 망연자실하고 만다.
우정을 얘기하는 고사성어 중에 간담상조(肝膽相照)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간과 쓸개를 꺼내 보일 수 있는` 흉허물 없는 사이를 말한다. 당나라 때 어려운 처지에서 더 어려운 친구를 생각한 유종원의 우정을 기리는 묘비명에서 따온 말인데, 간담상조하기의 어려움을 강조하는 의미도 있으리라. 평화로운 나날에는 웃고 떠들고 기뻐하며 친구 되기도 쉽다. 하지만 막상 이해득실에 얽히면 눈 돌리고 고개 틀어 서로 모르는 얼굴이 되기도 하는 게 사람이다. 그만큼 친구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간, 쓸개 내놓고 사귀는 극단의 우정까지 갈 것도 없다. 심심하고 덤덤한 친구들이 곁에 있다는 건 큰 힘이 된다. 관계란 언제나 상대적이다. 친구를 얻으려면 먼저 친구가 되어주면 된다. 우정이 없다고 신세타령할 시간에 우정을 찾아 나서면 된다. 단, 평화로운 날에도 힘든 날에도 한결 같아야 한다. 그러고 보니 내가 착한 친구들에게 할 수 있는 최대의 간담상조는 좋은 친구가 되려는 진심어린 노력이다. 우정 분야에서도 하늘은, 스스로 노력하는 자를 돕는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