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복사꽃 더불어 마음의 복사꽃도 이맘때면 맡을 수 있다. 장애인예술제에 출품된 문예작품들을 감상하는 일이 그것이다. 시, 수필, 서예, 그림, 사진 등의 종목에서 자신들의 기예와 진정성을 겨루는 이 잔치에 초대되는 것을 나는 `무릉도원 가는 길`이라고 명명하곤 한다. 복사꽃 피는 봄마다 작품을 만나는데다, 눈물콧물 범벅인 채로 감상하고 나면 마치 무릉도원을 지나온 듯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때문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무릉에 배 저어간다. 작년보다 더 많은 작품들이 응모되었다. 근육 경련을 참아가며, 땀내 풍겨가며, 허리 끊어질 것 같은 통증을 견디며 생산해낸 창작품들은 저마다 고유하고 구체적인 사연들을 간직하고 있었다. 복사꽃 만발한 셈이다. 아프지만 달달한 향기는 글 계곡 가득하고 사연이란 꽃잎은 바람에 흩날린다. 장애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뒷전에 숨어 어린 딸의 공연을 지켜봐야 했던 아버지의 눈물, 비록 말을 하진 못하지만 좋은 음악으로 현실의 고통을 긍정의 아이콘으로 승화시키는 아가씨, 몸은 자유롭지 못하지만 사고만은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는 몇몇 분들의 문학적 감수성. 꿈결인 듯 동굴 깊숙이 빨려 들어가다 보면 환한 빛이 보이는데 그게 바로 별천지다.
인생은 고통이자 곧 환희다. 가슴 한 쪽이 통점으로 짓눌러대는가 싶다가도 그 고통을 유머나 긍정의 화답으로 이끄는 찰진 정신력에 이르면 읽는 이의 마음도 어느새 복사꽃처럼 환해진다. 고통과 고뇌 없는 삶의 꽃밭이 어디 있으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가오는 그것들을 끌어안아, 끝내 복사꽃밭으로 만들고야 마는 그들의 단단한 내면. 겨우내 제 고통 농밀했기 때문에 그 언덕 저토록 화사한 절정을 맞는 게 아니던가.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