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준 태
보아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는
한 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한다
세상사에는 흔히 맛보기가 어려운 쾌감이
참깨를 털어 대는 일엔 희한하게 있는 것 같다
한 번을 내리쳐도 셀 수 없이
솨아솨아 쏟아지는 무수한 흰 알맹이들
도시에서 십 년을 가차이 살아 본 나로선
기가 막히게 신나는 일인지라
휘파람을 불어가며 몇 다발이고 연이어 털어 댄다
사람도 아무 곳에나 한 번만 기분 좋게 내리치면
참깨처럼 솨아솨아 쏟아지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정신없이 털다가
“아가, 모가지까지 털어져선 안 되느니라”
할머니의 가엾어하는 꾸중을 듣기도 했다
도시에 살면서 혈기 왕성하고 생각이 짧은 손주가 할머니댁의 참깨를 털면서 느끼는 생의 방식이랄까 의미를 말하고 있다. 뭔가에 쫒기듯 일을 빠르게 처리하는 도시의 젊은이가 참참이, 느리지만 꼼꼼이 농사일을 하시는 할머니의 말씀을 들어서 목적이 사라지고 자신의 행위만이 앞세우는 현실을 꼬집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