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스페셜` 다큐에서 박병선 박사의 삶을 알게 되었다. 고인이 된 여사는 이십 년 이상, 외규장각 의궤를 찾아 집념을 불태웠다. 한국전쟁 직후 33세에 프랑스로 유학 갔다. 역사학자의 뜻을 품고 떠나는 그녀에게 스승은 당부한다.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약탈해간 외규장각 의궤를 꼭 찾아보라고. 그렇게 의궤 찾기는 선생의 일생일대 목표가 되었다. 도서관을 자주 드나들다 관계자에게 발탁되어 1967년부터는 프랑스국립도서관 사서로 근무했다. 선생에겐 기회였다.
각고의 노력으로 베르사유 도서관 지하창고에 버려지다시피 한 외규장각 의궤를 발견할 수 있었고, 끝내 그것은 고국의 품에 안겼다. 그 과정에서 `직지`도 발견하게 되는데 이는 금속활자 및 인쇄사의 흐름을 뒤바꾸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직지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직지의 대모`, `의궤의 어머니`는 그렇게 선생 앞에 붙는 별칭이 되었다. 한국의 스파이로 오해 받아 사서직을 떠난 뒤에도, 선생의 연구는 멈춤이 없었다. 정부·민간단체와 힘을 합쳐 의궤 반환운동을 전개했다. 2011년 5월, 297권의 외규장각 의궤는 145년 만에 고국 땅을 밟았다. 의궤가 돌아온 지 반년 만에 선생은 세상을 떠났다.
박병선 선생의 치열한 삶, 올곧은 조국애를 보면서 세 가지 단어가 떠올랐다. 집념, 시간, 건강이 그것이다. 뚜렷한 목표(그것이 조국애이나 인류애 같은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괜찮다)가 있다면 이 세 박자만 갖추면 두려울 게 없다. 박병선 박사가 존경스러운 건 조국애란 큰 물줄기를 잡아놓고, `집념`이란 의지로 매 `시간`을 자기화했다는 것이다. 건강이 허락한다고 누구나 그렇게 살아지는 게 아니니 더 숙연해질밖에.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