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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예방 교육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3-03-27 00:23 게재일 2013-03-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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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표절 시비에 휘말린 유명 배우가 학위 반납을 하겠다고 해서 화제다. 쿨하게 인정하고 발 빠르게 대처하는 걸 보고 언론에서는 신선한 충격이라며 호들갑을 떤다. 그런다고 뭐가 달라질까. 이미 배우로서 난 사람인데 학위 하나 반납했기로서니 대학 강단에서 쫓겨나거나 밥벌이에 지장이 있겠는가. 이리 빼고 저리 변명하는 다른 혐의자들에 비해 즉각적이고도 현명한 대처를 한 것은 잘한 일이다. 그렇다고 잘못이 잘못 아니게 되는 건 아니다.

그런데 표절이 개인만의 잘못일까. 우리나라만큼 어릴 때부터 도덕 교육을 철저하게 받는 나라도 없다. 인사 잘해라, 어른 공경해라, 자리 양보해라, 나라에 충성해라, 부모에게 효도해라 등등 도덕 교육의 절반 이상은 예절이나 충효의 덕목에 발목 잡혀 있다. 오죽하면 이러한 우리 도덕 교육의 현주소를 빗대 김상봉 교수는 `도덕 교육의 파시즘`이라거나 `노예 도덕`이라고 일갈했겠는가. 그러면서도 정작 표절에 관한 교육은 받아 본 적이 없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그들은 `표절은 범법 행위`라는 캐치프레이즈 하에 유치원부터 철저하게 가르친다. 한 문구, 한 소절을 쓰면서도 남의 것인지 아닌지 습관적으로 점검한다. 따 온 문장의 경우 `인용`이나 `각주`는 필수다. 만약 이런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왕따를 감수해야 한다. 귀에 못이 박이도록 표절에 관한 가르침을 들어왔는데, 범법자의 길을 간다니 주변의 시선이 고울 리가 없다.

반면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우리 교육의 어떤 커리큘럼에서도 표절에 관한 것은 들어 있지 않다. 이럴진대 누가 개별자에게만 표절의 혐의를 씌울 수 있을 것인가. 대학원 논문 전체를 대상으로 엄격하게 검증한다면 표절에서 완벽히 자유로운 경우는 드물지도 모른다. 아직 늦지 않았다. 표절의 부당성에 대해 점진적으로 교육하는 환경이 필요하다. 과도한 파시즘적 교육 항목이 줄어든 자리에 표절에 관한 경종 같은 가르침이 들어갔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무지가 낳은 표절의 가시방석에서 온 국민이 자유로워졌으면.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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