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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인사시스템 이래선 안된다

등록일 2013-03-20 00:05 게재일 2013-03-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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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가 18일 돌연 사퇴했다. 최초의 중소기업 CEO(최고경영자) 출신으로 업계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황 전 내정자가 내정 사흘만에 스스로 하차한 것이다. 황 전 내정자는 현행 `공직자 주식 백지신탁제도`에 의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성엔지니어링의 주식을 매각할 수밖에 없어 사퇴했다고 한다. 자진사퇴의 변을 들어보니 박근혜 정부의 인사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저절로 의구심이 든다. 인사검증과 내정단계에서 이같이 민감한 사항들이 내정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게 터무니없기 때문이다. `인사 잡음`이 아니라 `인사 사고`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에서 일어난 낙마사례만도 벌써 4차례다. 최대석 인수위 외교국방통일 분과위원이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는 식으로 사퇴했고, 김용준 초대 총리 후보자는 호된 언론검증을 못이겨 스스로 물러났다. 재미사업가인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역시 정부조직개편을 둘러싼 정국파행을 표면적인 이유로 보따리를 싸서 황망히 미국으로 돌아갔다. 사퇴한 이유는 제각기 다르겠지만, 어찌됐든 중도하차라는 결과만 놓고 볼때 인선과정에서 철저한 검증이나 사후대책이 미흡했기 때문일 것이다.

황 전 내정자의 경우에도 청와대 측이 주식 백지신탁제도의 의무사항을 납득할만 하게 설명한 뒤 “그래도 내정을 수용하겠느냐”고 확실히 다짐을 했다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은 막을 수 있었을 게 아닌가.

특정 인사가 적합한지 여부를 둘러싼 인사잡음도 좋지 않은 신호다. 대형 로펌에서 장기간 근무하면서 대기업의 이해관계를 주로 대변해 온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과연 `경제 검찰`의 수장에 걸맞은 인물이냐는 논란을 빚고 있고, 한 후보자의 재산이 100억대에 이른다는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중소기업과 서민 등 경제적 약자 편에 서야할 공정거래위원장이 그래서야 되겠느냐는 것이다. 재산이 많고 대형 로펌에 근무한 이력자체가 문제된다기 보다는 맡게될 업무영역을 생각하면 이번 인선은 일반 국민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게 사실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의 `나홀로 인사`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적어도 시스템 인사가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고있다. 박 대통령은 박 대통령이 인사의 A에서부터 Z까지 모두 챙기겠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청와대의 인사위원회를 적극 활용해 `인사 사고`의 위험을 줄여 나가야 한다. 그것이 앞으로 있을 금융권과 공공기관에 대한 대규모 물갈이 인사에서도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인사잡음을 줄일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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