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레미제라블은 상업적 공연 예술이다. 영리 추구가 목표인 기획품이지, 문화생활에 소외된 자들을 위한 무료 공연 작품이 아니란 말이다. 상업적 활동에 자원봉사자를 구한다는 것 자체도 말이 되지 않지만, 스펙 쌓기나 꿈 이루기에 목말라하는 젊은이들의 심리를 업체의 이기심에 활용하려 했다는 점에 화가 난다. `활동 증명서` 한 장과 신성한 노동을 맞바꾸기엔 너무 기운 계산법이질 않나.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엔딩곡이자 주제곡은 `사람들 노래소리가 들려요?`(Do you hear the people sing)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팔아서 돈을 벌기는 쉬워도 가난한 민중의 노랫가락을 들어주기는 어려운 이 아이러니! 하기야 노동을 착취당하고도 일정 부분 제 허영심을 충족시켜주는 부분이 있기에 사람들은 그 함정에 자발적 형식으로 빠져든다. 폭력적이고 기만적인 사회는 인간의 그런 약점을 교묘하게 이용하려 든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는 `자원봉사`나 `재능기부`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절박한 사람들의 마음을 앗아가기 시작했다. 세상은 만만한 사람들에게 더 인색하고, 가진 쪽일수록 타인의 노동 가치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인간에 대한 기본 예의나, 약자에 대한 연민이 없는 사회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기부나 봉사란 자발적이라야 의미가 있고, 가진 자가 소외된 자들을 향하는 것일 때 더욱 가치가 있다. 못 가지거나 덜 가진 자가, 다 가지거나 많이 가진 자에게 노력 봉사하는 건 노예 생활이지 자원봉사가 아니다. 일상생활에 허덕이는 자들이 봉사나 기부에 동요되는 사회는 건강하다고는 할 수 없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