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남 부두는 노래 속에서 내린다. 굳세어라 금순아 속에서, 눈보라의 아우성 속에서 엄마아, 꽝 터지는 폭탄 속에서 금순이는 치마를 펄럭이며 하늘 위를 걷는다.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휙휙 부두는 폭파되고 배는 이미 떠났는데 금순이 두 팔을 휘젓는다. 겨울 파도 위를 걸어서 걸어서 내려온다. 영도 다리 난간 위에서 고꾸라지듯 떨어지다가도 어림없지. 솟아 오른다. 바다 갈매기들은 운다. 꽥꽥거리며 운다. 날개 달렸다고 하늘을 날면서도 운다. 명태가 가르는 찬 바다 위를 금순이는 날지 않고 울지 않고 걷다가 뛰어내린다. 허공을 가로질러 휙휙.
6·25전쟁 때 흥남철수 후 부산에 정착해 고단한 삶을 살던 피난민들이 같이 내려오지 못한 금순이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내용의 `굳세어라 금순아`라는 노래가 있다. 이 시는 그것를 제재로 씌여졌는데, 이 시의 연상은 시대를 초월해 현재의 삶의 애수까지 자극하고 있다. 이 시에서 눈발은 두고 온 금순이를 지칭하고 있다, 그러면 지금 이 시대의 금순이는 누굴일까. 시대의 비극적 피해자인 금순이는 꼭히 어는 누구를 지칭하는게 아니라 민족상잔의 아픔을 겪은 당대의 모든 어른들이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