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내향적이며 과묵한 편이다. 하지만 공감을 확신하는 상대에겐 외향성이 발휘되고, 과감해진다. 한마디로 기회가 오면 충분히 사교적인 사람으로 변모한다. 당신은 가끔 비현실적일 때도 있다. 숨어 있던 진짜 아버지가 나타나 수억 짜리 건물을 증여한다거나, 현빈 같은 남자가 우주여행을 하자고 프러포즈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의 당신은 알뜰하며, 현실에 만족하는 편이다.
독서 지도 프로그램을 짜면서 내 식으로 만든 `바넘 효과` 실험 문항의 일부이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보편적 성향이나 심리적 특징을 자신만의 고유 특성으로 여기는 것이 바넘(Barnum) 효과이다. 혈액형별 성격 유형, 타로점, 철학관 사주 등을 믿는 현상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오늘 첫 시간에 무작위의 수강생을 상대로 이것을 적용시켜보았다. 편견이나 선입견에서 벗어난 독서 지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제시한 스무 개 항목 전부가 자신의 성격과 일치한다고 한 사람이 있을 만큼 대체로 바넘효과가 증명되었다. 하지만 겨우 여덟 개 항목에 체크한 이도 있었는데, 순간 번쩍하고 깨알 같은 깨침이 지나갔다.
철학관의 훈수나 타로점을 믿지 않고, 혈액형별 성격 분석에 시큰둥한 나 같은 사람이 있는 것처럼 모든 사람이 바넘 효과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편견이나 선입견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그 자체가 또 다른 편견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보편타당성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고 편견이나 선입견을 극복한 판단적 근거가 될 수는 없는 것. 바넘 효과의 진실 유무를 떠나 세상의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영혼이 몇이나 될까.
/김살로메(소설가)